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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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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가는 길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9/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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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는 카트만두 북서쪽으로 약 200km, 해발 900m에 위치하고 있는 관광도시이다. 포카라는 ‘호수’라는 뜻의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했다. 포카라 남쪽 5km 지점에 있는 폐와 호수는 약 20만 년 전 이 일대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때 남겨진 호수로, 호수 가운데 조그마한 섬이 있고 거기에는 시바신을 모신 바라히 사원이 있다. 여유롭게 지내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호수 위를 유람하며 눈 덮인 히말라야를 관람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이다. 선착장으로 가는 입구에서 젊은 네팔인이 토속악기, 코끼리상 등을 들고 쫓아온다. 뿌리쳐도 줄줄 따라온다. 하지만 헌 겨울 점퍼를 꺼내자 이내 받아간다. 폐하 호수에서 보트를 즐긴다. 폐와 호에 비친 안나푸르나는 네팔 관광엽서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맑은 날씨 덕분에 하늘만큼 푸른 폐와 호수 비친 설산의 모습은 역시 한 장의 그림이다.
바라히 사원에는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시바신이 거지로 변장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했지만 노부부만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했다. 식사가 끝나자 시바신은 노부부에게 빨리 마을을 떠나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노부부는 서둘러 집을 떠나 산등성이로 올라갔다. 언덕에 올라 뒤돌아보니 마을은 물에 잠겨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커다란 호수만이 보였다. 이에 노부부는 그 거지가 시바신 이었음을 깨닫고 호수 가운데 섬에 시바신을 위한 사원을 세웠다. 창세기에 나오는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 아브라함을 시험하는 하느님의 뜻에 천사를 맞이한 롯,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를 빠져나온 롯. 바리히 사원의 전설과 흡사하다.
폐와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대지를 깎아 만든 석회 동굴이 굽테스와라 동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시바 신상을 모셔놓은 조그만 사원이 있다. 향내와 습기, 어둠으로 인해 여행객은 이내 기분이 갈아 앉는다. 사원 입구에는 많은 토산품 상점이 있다. 해맑은 여자 어린이들,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더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젖먹이 동생대신 날 찍으라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는 하학 길 남학생. 카메라를 즐겨하는 아이들이다.
인근 티베트 난민촌은 1959년에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했을 때 피난 온 난민들의 정착촌이다. 이때 달라이라마는 측근과 함께 인도로 탈출, 망명정권을 수립한다. 그후 중국은 티베트의 새로운 정신적 지도자로 판첸라마를 세운다. 국민학교 시절 아버지가 가져다주신 ‘자유의 벗’을 읽고 그때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포카라 시내 길가에는 숙소, 음식점, 기념품 가게, 트래킹 용품점 등 관광 편의시설 및 은행, 여행사 등이 있다. 이 길을 지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한다. 배낭여행 온 우리나라 학생들도 보인다. 이발소에서는 머리 깎으라고 유혹하고, 어느 녀석은 내 등산화를 수리하란다. 모자가게에 들르니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네는 빨리 고르란다. 곧 정전시간이라나. 결국 촛불을 켜고 네팔 모자를 골랐다. 가게 앞 우는 코흘리개 아이가 있어 초콜릿을 손에 쥐어주니 울음을 멈춘다. 아기엄마가 활짝 웃는다. 아기엄마는 시내 구경을 끝내고 되돌아오는 길에도 아는 척을 한다.
사랑코트 전망대에 오르기로 하고 새벽길을 떠난다. 버스를 타고 30분. 해발 1,592m 사랑코트 전망대는 히말라야 일출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새벽 5시에도 이미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네팔 청년이 다가와 시내 안내를 하면 어떠냐고 물어온다. 산 밑을 가리키며 바로 저기가 자기 집이라며 아르바이트 겸 새벽에 올라온단다. 손을 내젓자 이번에는 과감하게 손목시계를 달라고 한다.
포카라 공항 옥상식당에서 닭튀김을 먹는다. 주위가 너무 지저분해 흘낏 들여다 본 주방.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여 질겁한다. 룸비니 행 경비행기. 정원이 30명은 될까? 덜덜덜 공중분해 될까 겁난다. 하지만 창밖으로 눈 덮인 안나푸르나가 요염하다. 승무원은 기장과 여승무원 단 두 명. 여승무원은 사탕 한 개씩 돌리고 도착할 때 사다리 내리는 것이 업무이다. 30분을 날아 바이라와 공항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룸비니까지 22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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