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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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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9/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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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남동부 테라이 평원에 자리 잡은 룸비니는 석가모니가 탄생한 곳이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 첫 설법을 한 사르나트,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 중 하나로 현재는 각국의 순례자들로 넘쳐나는 곳이지만, 1896년 독일의 고고학자 포이러(Feuhrer)가 룸비니 언덕을 배회하다 아소카 석주 하나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 전까지는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623년 샤카족의 왕비인 마야부인은 출산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던 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 잠시 쉬게 되고 그곳에서 석가모니를 낳게 된다. 그 후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게 됐는데, 기원전 249년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왕도 이곳을 찾아 석가모니를 찬미하며 네 개의 불탑과 꼭대기에 말의 형상을 가진 석주 하나를 세웠다.
룸비니 유적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붓다 탄생을 기리는 마야데비 사원과 갓 태어난 석가모니를 목욕시켰다는 연못, 그리고 탄생지 기원을 알려주는 아소카 석주이다. 석가모니의 탄생 장면을 묘사한 부조를 모시고 있는 마야데비 사원은 11세기에 지어져 1943년에 재건된 곳이다. 룸비니는 19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마야데비 사원에 도착한다. 관리소를 지나면 진홍색의 마야데비 사원이 있고 주변 잔디밭에는 옛 건물들이 있던 벽돌 터가 보존되어 있다. 신발을 벗고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승려들이 합장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경부터 사람들이 숭상해오기 시작했다는 부처님의 탄생장면을 묘사한 석조 부조가 놓여 있고, 부처님의 정확한 탄생장소를 알리는 표지석이 유리관 속에 보관되어 있다.
마야데비 사원 서편으로 약 7m 높이의 아소카왕 석주가 있다.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 <불탑 쪽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돌기둥이 있다. 위에는 마상(馬像)이 만들어져 있는데, ‘아소카왕이 세운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마야데비 사원 남쪽 편, 커다란 보리수 앞의 정방형의 연못은 마야부인이 석가모니를 낳기 전 목욕을 하고 갓 태어난 석가모니를 목욕시켰다고 알려진 싯다르타 연못이다.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른손은 하늘,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외쳤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또한 부처는 열반에 들기 전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편다.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룸비니의 폐허화는 혜초스님이 방문할 당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혜초는 중천축국 안에 네 개의 대탑을 꼽으며 ‘셋째 탑은 룸비니 국에 있으니, 이곳은 즉 부처가 본래 태어난 곳이다. 성은 다 허물어지고 없고 탑은 있으나 승려는 없고 또 백성도 살지 않는다. 이 성이 세 탑 중에 가장 북쪽에 있는데 숲이 거칠게 우거져 길에 도적이 많아 가서 예배하려는 이들이 이르기가 매우 어렵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근에 기념품 가게가 이어지면서, 코흘리개 아이들이 졸졸 따라오며 고사리 손을 내민다. 귀여운 모습에 1불이라도 집어주면 큰일난다.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와 아예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법 하다. 대성석가사로 향한다. 룸비니 국제사원지구에는 대성석가사를 비롯해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살린 각국의 사원들이 건설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대성석가사에서는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잠자리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숙소 부다호텔 로비에는 석가 탄생 설화, 깨우침, 열반 등 많은 그림이 걸려 있어 나그네의 일정을 복습하기에 아주 편하다. 저녁식사 시간, 정전이다. 촛불 켜진 식당 안에 혼자 있던 동양인이 반갑게 인사한다. ‘곤니찌와’ 오사카에서 왔다고 한다. 내일은 인도 바라나시로 갈 예정이다.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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