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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16] 리더가 유명하면 안 되는 이유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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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미국 스탠포드 대학 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에는 위대한 리더(Great Leader)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기업을 찾아 연구를 해 보았더니 그런 리더는 없었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는 세상에서 생각하는 그런 저명한 리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겸손한’ 리더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이 되는 조건의 첫 번째로 겸손이라는 리더의 덕목을 들고 있다.

 

위대한 리더란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훌륭하다고 인정받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리더를 말한다. 조직을 발전시키려면 당연히 이런 리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위대한 기업에 왜 이런 리더가 없다는 말인가. 또 리더가 겸손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리더가 유명해지면 어떻게 되는가. 언론에 자꾸 보도되고 외부 강연도 많아진다. 단체의 장을 맡게 되고 각종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빈도도 높아진다. 또 책을 쓰게도 되고 인터뷰도 많아지고 TV까지 출연하게 되고, 급기야는 정치무대에 데뷰하면서 선거판에 뛰어든다. 그게 ‘유명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내부 직원들이 리더 만날 시간이 없다. 어쩌다 만나더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 한다. 외부 일을 전담하는 직원이 생기고 결국 회사 자원이 리더의 이미지 관리에 쓰이게 된다. 리더가 조직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리더를 위해 이용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리더의 이미지를 위해 분식되고 희생되는 경우까지 생기는 것이다.

 

반면에 ‘유명하지’ 않은 그렇지만 훌륭한 리더가 다행히 우리 주변에 많다. 회사 밖에서 인기 있는 유명강사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는 물론 아니고 평생 책 한권 쓸 생각도 없는 분이다. 그 분이 대외활동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겸손해서 감투는 거의 쓰지 않는다. 물론 언론 인터뷰 요청도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하면서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분은 회사에 몰입하고, 일에 전념하고, 직원들과 함께 한다. 그는 결코 자기 자신이 유명해지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이 관리해야 할 대외 이미지 같은 것도 없다. 대외 명성을 위해 회사를 꾸밀 것도 없고 전담 직원을 둘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가 그 회사의 리더였다는 사실 자체도 잊혀 질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 구석구석에 그의 피와 살과 땀이 서려있다. 그렇다고 그가 꿈이 없거나 야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훌륭한’ 리더는 사실 엄청난 야심가다. 문제는 그 꿈과 야심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이고 사회가치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KD(경기대원) 운송 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는 허명회씨, 그는 30의 나이에 버스회사에 임시직 배차원으로 취업하여 열심히 일한 덕분에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우리나라 최대의 버스회사 그룹을 일궜다. KD운송그룹은 현재 15개 계열사가 있고 버스가 5,000대 이상이고, 종업원수는 9,000명이 넘고 매출액도 8,000억이 넘는 규모가 되었다.

 

회명회씨는 자신이 CEO가 되었어도 평사원처럼 새벽4시 출근하고 밤 11시 반에 퇴근하면서 오롯이 회사 일에 몰두했다. 2000년 MBC 성공시대 프로에 의하면, 그는 40년간 공휴일 포함 쉰 날이 13일에 불과하고, 70평생 골프 한편 안치고, 부부동반 여행이란 신혼여행이 전부고 비행기를 탄 여행도 한번 없다고 한다.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운수회사 대표이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낡은 중고차였다.

 

그는 오로지 자동차만 생각했고 회사 일에 몰입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회사의 낡은 경영관행과 조직문화를 혁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 차주가 있어 지입제로 운영하던 지배구조를 회사 직영체제로 바꾸고, 본인이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부품을 절약하고 낭비요소를 하나씩 제거할 수 있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제복을 기사들에게 입히고 향수를 뿌려 승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식사와 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급여는 부인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조치도 취했다. 직원도 주주도 고객도 그 누구도 허 회장에게 시비를 걸 수가 없다. 그는 100% 회사에 투신하기 때문이다. 

 

허명회 회장은 유명을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유명한 것은 어쩔 수 없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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