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39] 리더는 어떻게 기선제압을 하는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0/30 [09:2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 교수     ©화성신문

 어느 기관에 기관장이 새로 부임해 왔다. 그 분은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고 또 덕망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어 직원들이 내심 그 분의 부임을 반기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부서별 업무 보고를 받는 신임 기관장은 처음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 냈다. 선진 수준은 어느 정도냐? 작년보다 저조한 이유가 뭐냐? 부서별로 숫자가 맞지 않는다...질문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보고회장 뿐만 아니라 바로 조직 전체에 긴장감이 돌았다.


 리더가 이렇게 조직원들의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처음 부임했을 때라든지, 행사나 회의를 시작할 때라든지, 또는 노조와 협상을 할 때 말이다. 리더가 초기에 위엄을 보이고 분위기를 잘 다잡아 놓으면 나중에 일이 편해진다.


 매학년 학생들이 바뀌고, 맡는 반도 달라지는 학교에서는 어떻게 할까? 학년 초에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 기선을 제압해 놓지 않으면 1년 내내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심지어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학생들은 학기 초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떠 보고 선생님을 자기네 방식으로 맞추려 든다. 이때 선생님이 실력발휘를 잘 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담임 선생님들은 학년 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선제압을 할까? 대체로 선생님들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위엄을 보인다. 복장점검, 머리모양이나 액세서리 단속, 엄격한 출결 관리, 준비물 검사 등을 통해 벌점도 주고 처벌도 한다. 여기에 곁들여 자신의 별명이 ‘미친개’라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제 학생 몇 명을 잡아 ‘본때’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기선제압은 곧 물리력 행사로 통한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에 대해 질타를 하거나,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을 흔들어 놓고 또 높은 목표나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면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이런 물리력에 의한 기선제압은 겉으로는 조직을 순응시킨다. 조직원들이 군소리 없이 잘 따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리더십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리더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고, 조직원들이 눈치를 보거나 형식적으로만 실적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리력이 아니라 ‘감화에 의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


 H씨는 새로 사장으로 취임하여 1개월이 채 되기 전에 200명 되는 사원들의 이름을 전부 외워버렸다. 이렇게 되면 사장의 지적 능력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사원들은 감동을 한다. 이런 카리스마적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솔선수범이다. 가장 먼저 출근한다든지, 회의장이나 행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직원들보다 성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물리력, 감화력보다 한 수 위인 기선제압법이 있다. 그것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가볍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기선제압의 효과가 있다. 교실에서 “얘들아 우리가 지난 시간에 무엇을 배웠지?” 이러면 모든 학생들이 끌려오게 마련이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물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모두에 이야기한 기관장도 질문법으로 기선제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서 감화까지 준다. 다름 아닌 본질적인 질문이 그렇다. 그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미션 그리고 업의 본질에 입각하여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조직에 오래 몸 담고 있거나 실무 작업에 익숙해 있을수록 본질적인 것을 망각하고 지엽적인 데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서 근본적인 질문, 본질적인 Why에 대해 물어 보는 것이다.


“김부장님, 우리 회사는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했는데 구매부서에서 생각하는 고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또는 “김이사님, 오늘 우리가 새로 창업을 한다 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요?” 먼저 질문을 던지는 자가 기선을 잡는 것이다. “학교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도 물리력이 아니라 질문으로 기선을 잡아야 한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