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4] 부하는 상사를 어떻게 움직이나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4/29 [16:4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우리나라 최초로 제안왕이 된 금호타이어의 윤생 진씨가 공장에서 품질담당으로 있을 때였다. 그는 현장 직원들에게 이번에 품질 수준을 높여주면 대전 박람회 구경을 시켜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장장이 바뀌면서 이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새로 오신 공장장은 회사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긴축경영을 펴고 있었던 것이다. 

 

윤생진씨로서는 난감했다. 직원들이 엑스포를 구경한다고 마음이 들떠 있는데 이런 약속을 지키지 못 한다면 단지 개인의 신용도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독려책을 내 놓는다고 해도 씨알이 안 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부장, 과장들이 나섰지만 공장장 설득에 실패했다.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장장이 퇴근 한 후 공장장실을 여기 저기 살펴보면서 신임 공장장님이 ‘무엇을 좋아하실까?’ ‘어디에 관심이 있을까?’ 살펴보았다. 이때 티테이블 유리 아래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룹에서 주최한 골프대회에서 상을 받은 사진이었다.  ‘그래. 우리 공장장님이 골프를 좋아 하시는구먼.’ 그는 거기에 생각이 머물렀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골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바로 책방으로 향했다. 골프 입문서를 하나 사서 그날 밤새 공부를 했다. 

 

다음날 아침, 면담 신청을 하고 공장장을 만난 윤 생진씨는 “공장장님은 핸디가 얼마나 되십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 당신도 골프를 하나?” 하면서 골프이야기를 줄줄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생진씨는 공장장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장장님의 긴축경영도 잘 이해하지만 이미 직원들에게 약속한 일이니 이번에 박람회 견학을 허용해 주시면 공장장님 좋아하시는 골프 신나게 치실 수 있도록 저희가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윤생진씨는 공장장의 허락을 얻어냈다. 그는 이런 열정 덕택에 공장의 대리에서 차장으로 특별 승진을 했고, 전무까지 올라서 그룹 전체의 품질과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또 그룹연수원장도 맡았다.

 

우리는 편의상 리더와 팔로워를 구분한다. 리더(상사)는 위에서 결정을 하고 지시를 하는 사람이고, 팔로워(부하)는 밑에서 그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는 실제로 복잡하다. 리더라고 해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의 의견을 따르기도 하고, 또 부하들도 리더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의 의견을 잘 따르는 사람이고, 훌륭한 부하는 상사를 잘 이끄는 사람이다.’

 

그러면 부하는 상사를 어떻게 움직일까? 상사가 부하를 움직이는 방법이나 부하가 상사를 움직이는 방법이나 내용상 다를 것이 없다. 위의 윤생진씨가 한 것처럼, 상사의 욕구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그에 기반하여 설득을 하는 것이다. 부하는 상사처럼 강제력(권한)이 없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리더를 움직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상사의 생각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하고 또 상사로부터 개인적인 호감을 사기 위해 직무외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상사를 움직이는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설득(rational persuasion)’이다. 상사에게 사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논거를 제시해서 그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차이가 없다.

 

그런데 몇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부하가 상사를 논리적인 설득하려면 상사의 철학과 가치관을 잘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논리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가 아니라 상사의 입장에서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장님께서 평소에 자발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만들라고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제가 생각해 보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사도 인간인지라 논리 이전에 서로 호감이 가는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도 필수다. 한편 꼭 피해야 하는 것이 있다. 상사와 논쟁하는 것이다. 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쟁은 피해야 한다. 상사의 권위를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상사를 움직이는 것,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 우리는 리더이면서 동시에 부하이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