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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칼럼 화성춘추(華城春秋) 13] 사고(思考)의 전환(轉換)
송대경 메타아카데미주간 보호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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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경 메타아카데미주간 보호센터장     ©화성신문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다 보면 일반적인 사고(思考)의 방식이 아닌 그들의 방식대로 바꿔야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사회복지사가 와서 다음과 같은 것을 의논한 적이 있다. 천장에 마감제가 있는데 그곳에는 천장에 부착하기 위한 나사구멍이 있어서 나사들이 박혀 있는데 한 곳에는 나사가 박혀 있지 않다고 한다. 발달장애 이용인이 그곳에 나사를 박아달라고 요구하는데 그곳은 단단한 쇠붙이가 뒤에 있어 나사를 박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해 왔다.

 

일반인 같으면 뒤에 단단한 쇠붙이가 있어 박을 수 없다고 이해시키면 그만이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렇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에게 나사못대가리를 잘라서 접착제로 붙여보라고 했더니 더 이상 나사로 인한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골판지 상자에 집착하는 발달장애인도 있다.

 

빈 골판지 상자를 재활용하는 교육을 받았는데 발달장애인에게 교육이 너무 철저했는지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골판지 상자에서 물건을 꺼낸 후에 골판지 상자를 재활용해 버렸다. 그 발달장애인에게는 골판지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었으니 골판지 상자는 비었고 빈 골판지 상자는 재활용 대상이니 갖다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큰 비닐가방에 물건을 보관했더니 더 이상 갖다버리는 일이 없어졌다. 문제 행동에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정책이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약 143조 원을 지출했지만 작년의 합계출산율은 0.98로 떨어졌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과 육아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지불해 왔다. 자녀를 갖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데 정부는 국가주의에 기초해 보조금을 지급해 온 것이다. 정부는 개인적인 행위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서 출산율을 국가적인 목적에 맞추려고 했다.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 중에는 시골에 있는 임산부를 위해 시골병원에 산부인과를 개설하면 산부인과 의사의 급여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오지에 의사라는 직종이라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지만 정작 임산부들은 시골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를 찾지 않고 인근에 있는 더 큰 도시의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결국 시골에 있는 산부인과에는 가임기가 지난 할머니들이 가끔 부인과로 찾기는 하지만 그 수도 극히 적다고 한다.

 

시골의 임산부가 더 큰 도시의 산부인과을 찾는 것은 그곳이 더 잘 진료하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신뢰의 문제일 것이다. 정부는 시골에 산부인과를 개설하는데 그치지 말고 인근에 믿고 진료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했다. 아니면 임산부들이 찾는 더 큰 도시에 산부인과 의사를 배치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임산부들에게는 병원에 진료를 갈 때 안전한 교통편을 제공해 주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 싶으면 기혼자위주로 펼쳐온 정책을 바꿔야 한다. 젊은이들은 불안한 직장문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을 선택한다. 정부는 질 좋고 안정된 일자리 창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0.98이라는 충격적인 출산율을 보고 정부는 양성평등 강화 등 삶의 질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해결하겠다는 아주 애매모호한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출산을 위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부가 아닌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거기에 맞춘 정책을 시행할 때라야 출산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사고(思考)의 전환(轉換)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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