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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임장호 ㈜아이캡코리아 대표
“기자님, 기사 제목 ‘책임감 있는 놈’ 어때요?”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 ‘초격차’, 아이캡코리아에도 적용돼죠”
‘아이캡’·‘파이어 제로’·‘방화커버’ 야심작 앞세워 글로벌 공략
3M의 OEM 제조 달콤한 제의 거절, “특정 제품 3M 넘어설 것”
“꿈 꿀 수 있는 게 행복, 꿈에 색 입히면 보람, 새로운 꿈 꾸죠”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9/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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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장호 ㈜아이캡코리아 대표가 각종 인증서 앞에 서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화성신문



 

뛰어넘을 수 없는 엄청난 차이를 초격차라고 하잖아요. 반도체에만 초격차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절연 분야에도 삼성 같은 회사가 있는 반면, 공업사 같은 회사도 있는 거예요. 저희 아아캡코리아는 절연 분야에서만큼은 초격차를 구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아이캡코리아 임장호 대표의 말이다. 1974년생인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준수한 외모에 총기 넘치는 눈빛, 물 흐르듯 수려한 언변을 가진 임 대표와의 인터뷰는 초격차를 화두로 시작됐다.

강소기업이라는 표현이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뜻이다. 화성시 팔탄면 노하길에 위치한 아이캡코리아는 이 표현이 꼭 어울리는 회사다. 전기 자재와 방화 자재를 만든다. 이 회사의 기술이 국가 표준이 될 정도로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저는 공부를 안 한 게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임 대표는 인문계 야간고등학교를 나왔다. 그 시절 하지 말라고 하는 짓은 다했다고 한다.

 

최종 학력은 전문대학 졸업이에요. 후배가 수원과학대학교에 원서를 쓴다고 하더군요. 원서비가 25,000원이었어요. 내 것도 좀 써 달라고 했죠. 나도 붙을 수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떨어지고 제가 붙은 거예요. 일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다보니까 졸업까지 3년 반이 걸렸어요. 공업경영학과였는데 지금으로는 품질관리학과죠. 후배들이 대리출석해주고 해서 겨우 졸업은 했습니다.”

 

스물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임 대표는 전문시공을 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어떻게 하면 몸값을 올릴 것인지를 며칠간 밤을 새며 고민했다.

 

 

▲ 집무실 책상에 앉은 임 대표.  © 화성신문


  

중소기업 제품, 한국표준 반열에 오르다

 

시공일이 너무 싫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싫고, 비전도 없어 보이고. 지금은 엔지니어로 표현하지만 그때는 노가다였죠.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어요. 2000년도에 신우FS라는 시공회사를 차렸어요. 제 나이 스물일곱이었죠. 서울 동교동에서 차렸는데 2년 후에 화성시 봉담읍 당하리로 옮겼습니다. 60평 임대공장이었어요. 시공업체이다 보니까 여러 자재를 사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현장에 다니다보니 일본 자재들이 현장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수입을 했어요.”

 

신우FS는 현재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에 벤더로 등록된 회사다. 삼성반도체 화성 공장과 평택 공장에서 직접 시공을 하고 있다. 자재를 수입해서 시공하던 회사가 어떻게 초격차를 자랑할 정도의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 아이캡코리아가 생산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온도변화용 실리콘 절연튜브.  © 화성신문

 

절연튜브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삼성과 엘지에 납품하고 있었어요. 그 사이 국제규격이 바뀌더군요. 그런데 일본이 우리 규격에 맞춰서 생산을 안 해주겠다는 거예요. 쓰는 양도 얼마 안 되는데 굳이 한국용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거였죠. 자존심도 상했지만, 당장 밥줄이 끊기게 된 거예요. 고민 끝에 직접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어요. 일본이 제가 제조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겁니다. 그래서 태어난 게 아이캡코리아예요. 두 번째 회사죠.”

 

2008년도에 설립된 아이캡코리아가 처음 개발한 제품은 절연튜브였다. 아이캡코리아의 절연튜브는 도대체 어떤 성능과 기능을 갖고 있기에 한국 표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모든 장비들은 커넥터를 통해서 연결이 됩니다. 커넥터는 절연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커넥터의 전기절연튜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튜브가 아니라 실리콘을 소재로 한 실리콘 절연튜브예요. 투명합니다. 열이 나면 색이 하얗게 변해요. 색이 변하도록 만든 건 70도 이상 발열되면 장비에 화재 위험이 있으니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제품명을 아이캡(Eyecap)으로 정한 것도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실리콘 절연튜브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생산하는 제품이에요. 저희가 한전이랑 컨소시엄으로 두바이,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었어요. KS라고 들어보셨지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정한 대한민국 표준입니다. 거기에 저희 절연튜브의 규격과 성능에 대한 기준을 모태로 해서 재정고시가 되어 확정이 됐습니다. 표준을 만든 기업인 셈이죠. 삼성, 엘지, SK 반도체 쪽에는 저희 제품이 커먼 스펙이라고 해서 공통사양입니다. 절연이 필요한 곳에는 무조건 저희 제품을 사용하게 되어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반도체장비회사인 도쿄일렉트론(TEL)도 저희 아이캡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뿌듯하죠.”

 

아이캡3M으로부터 기술 제의를 받기도 했다. 3M 로고를 달고 판매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임 대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우리 회사는 3M에 비하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회사예요. 자기네 로고만 붙여주면 전시도 해주고 홍보도 해주고 판매를 해주겠다는 제안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달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거절했어요. 절연튜브만큼은 3M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원재료도 저희가 직접 배합합니다. 품질도 우수하고요. 몇 년 안에 절연튜브는 3M보다 더 커져 있을 겁니다. 내년 쯤에는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만들 겁니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때가 된 것 같네요.”

 

 

▲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FM 인증 제품인 설비관통부 내화 충전재.  © 화성신문

 

▲ 설비관통부 내화 충전재가 시공된 모습.  © 화성신문

 

▲ 아이캡코리아가 획득한 FM 인증서.  © 화성신문


  

“2년간 매출 100억 빠질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

 

아이캡코리아의 두 번째 야심작은 파이어 제로’(Fire Zero)라고 이름 붙여진 방화 자재다. 완성형 타입의 내화 충전재다.

 

방화 자재에는 에프엠 어프루브드(FM Approved)라는 글로벌 인증이 있어요. 국내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저희가 인증을 획득했어요. 세계적으로 미국 3M이나 독일 전동공구 제조기업인 힐티(Hilti Corporation) 정도만 가진 인증이죠.”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에 보면 배관이 올라오고 전선이 올라오는 함들이 있다. 건축법에서는 그 틈을 일정 성능이 확보된 제품으로 메우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이캡코리아는 누구나 시공할 수 있도록 완제품 형태로 만들었다. 그 제품 이름이 파이어 제로. 래미안, 현대 아이파크, 포스코 더샵, GS 자이, 롯데 캐슬 등 일류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공급된다.

 

 

▲ 지하 공동구에 사용되는 케이블 연소 확산 방지용 방화커버. 산업통산자원부 NEP 인증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달청 혁신 조달 품목에 등록됐다.  © 화성신문



야심차게 만든 세 번째 제품은 케이블 연소 방지재인 방화커버. 아이캡코리아는 이 제품으로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NEP(New Excellent Product) 신제품 인증을 받았고, 행정안전부로부터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2018년도에 KT 공동구에 화재가 난적이 있었지요. 공동구가 3일 동안 불탔어요. 20만 명의 자영업자가 피해를 당하고, 병원 경찰 통신망이 마비되고 난리가 났었잖아요. 그 공동구라는 게 지하로 케이블 선이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 화재가 나면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겁니다. 저희가 공동구에 화재가 났을 때 불이 확산되지 않게 차단해주는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어요. 제품 이름이 방화커버예요. 방화커버 안에는 150도 이상의 온도가 되면 부풀어 오르는 발포 재료가 있어요.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 핵심 기능을 하죠. 이 제품으로 NEP 인증,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자체나 공기업과 수의계약이 가능한 인증입니다. 두 가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아이캡코리아 밖에 없습니다. 그 인증 받기가 얼마나 힘드냐 하면 시골집 아이가 사법고시 붙었다고 보면 될 거예요. 저희는 두 개 고시에 합격한 셈입니다. 아참, 조달청에 혁신 조달이라는 게 있어요. 최근에 방화커버가 혁신 조달 제품으로 등록됐다. 한 제품이 세 가지 인증을 획득한 경우는 전무후무할 겁니다. 말하는 데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네요. 하하.”

 

방화커버는 완제품이다. 볼트를 체결할 수 있으면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M 제품은 감는 타입이에요. 시공이 불편할뿐더러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제품은 규격에 맞게 제작돼 볼트만 체결하면 되니 얼마나 편리해요.”

 

아이캡코리아는 실리콘 전기절연튜브 아이캡’, 완성형 타입의 내화 충전재 파이어 제로’, 케이블 연소 방지재인 방화커버등 세 가지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아이캡코리아도 힘든 시절을 견뎌냈다. 힘든 시절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아이캡코리아에게는 고난이 보약이 됐다.

 

저희 회사는 현재 법인이 세 개예요. 2000년 설립한 신우FS, 2008년 설립한 아이캡코리아, 그리고 2016년도에 설립한 신우종합상사, 이렇게 세 개예요. 세 개 회사 다 합쳐서 매출이 200억 정도입니다. 2017년도에는 3개 사가 300억을 했습니다. 2년간 100억이 빠졌죠. 2년 동안 인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어요. 계속 기술과 설비에 투자를 했어요. 기술로 선도하면 분명히 저희를 맞이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도 기계를 더 증설했죠. 그동안의 투자가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겁니다. 저희는 정말 웃으면서 내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창의적으로 작성된 아이캡코리아 사훈.  © 화성신문



애비는 일할 때 눈빛이 달라

 

임장호 대표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장점과 단점을 정말 잘 아는 사람입니다. 단점이나 약점을 빨리 인정하고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나 못났어 라고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중요한 건 그 못난 점, 부족한 점을 거름으로 삼아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장점은 당연히 극대화시켜야지요. 저는 일할 때와 일 하지 않을 때가 완전히 달라요. 제 어머니께서도 애비는 일할 때 눈빛이 달라하시거든요. NEP나 각종 인증을 따러 다닐 때 제가 직접 PT를 하고 질의 응답했어요. 솔직히 저 자신을 일하고 분리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사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형님 한 분이 저보고 그러시더군요. , 너는 학위만 없지, 내가 MBA에서 만난 교수보다 니가 더 똑똑해. 기분 좋더군요.”

 

임 대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포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포기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가 많더군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예전에 삼국지라는 게임을 했었는데 7일 밤을 새서 천하통일 했어요. 그 다음부터 안 해요. 뭔가에 빠지면 포기를 모르니까 끝까지 가야하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지 말아야 할 길은 가지 않아요. 내 식구들, 가족들, 회사는 어떻게든 지킵니다. 깡다구가 있지요. 일할 때 이외에는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누가 차를 받아도 그냥 보내요.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니고. 내일 후진하다가 더 크게 부서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임 대표는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라고 했다. ‘아이캡의 형도 만들고, 누나도, 동생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런 꿈을 꾸다보면 새로운 제품이 구상된다고 했다.

 

꿈을 꿀 수 없으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희망도 없고 목표도 없을 테니까요. 유지하고 안주하는 건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꿈에 색을 입혔을 때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목표를 이루었으니까요. 그러면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죠.”

 

자기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임 대표는 2017년도에 8억 원에 상당하는 아이캡 제품을 소각했다. 불량 때문이었다. 24시간 동안 캠코더로 촬영해 세무서에 제출했다. 이후 제품의 품질은 더 완벽해졌다.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인생에서 책임감 빼면 0 이죠.”

 

임 대표는 최근에 회사 내에 5,000만원을 들여서 헬스장을 꾸몄다. 코로나19로 활동하기 힘들어진 직원들을 위해서였다. 그가 그리는 미래가 궁금했다.

 

“7, 8년 후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될 거예요. 제 나이가 55세 될 때입니다. 저는 55세까지만 일할 겁니다. 그 이후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요. 기자님, 기사에 제목 달 때 책임감 있는 놈이라고 써 주시면 어떨까요. 놈 자는 꼭 넣어주시고요. 하하.”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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