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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24]
따스함, 부드러움, 생명의 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1/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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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철사로 만든 대리모와 융단으로 만든 대리모로 실험을 한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교수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명 강철 처녀라고 불리는 철사로 만들어진 대리모에는 우유병이 부착되어 있고, 부드러운 융단으로 만든 대리모에는 우유병이 부착되어 있지 않다. 새끼 원숭이는 어디에 더 애착을 가질까?

 

결과는 철사 대리모가 우유는 제공하지만, 새끼 원숭이는 융단 대리모에 오랜 시간 체류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유를 먹을 때도 융단 대리모에 몸을 밀착하고 고개만 철사 대리모에게로 뻗어 먹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먹이를 주는 대상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러움을 주는 대상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실험 결과로 자녀 양육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부모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먹는 것, 물질적인 것만 제공해 주는 것이 최상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함께 지녀야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때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망각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있다. 항상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무서운 표정은 아니어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자녀가 가까이 하기 어렵다. “엄마~”하고 밝게 달려오다가도 차가운 엄마의 표정을 보면 망설이다 그냥 돌아서거나 표정도 어두워진다. 

 

사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은 생명의 부화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이다. 씨앗의 싹틈, 알의 부화에서 보듯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없다면 생명의 발현은 기대할 수 없다. 음식이 신체의 영양소라면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정신의 영양소다. 씨앗 속에는 배젖이라는 영양소가 이미 준비되어 있지만 따스한 온도가 없으면 싹을 틔우지 못한다. 조류의 알 속에도 영양소가 있지만 따스함이 없으면 부화하지 못한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은 생명을 부화시키는 에너지다.  

 

우리 자녀들은 수많은 생명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말로 잠재능력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씨앗,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씨앗, 학자가 될 수 있는 씨앗, 교육자가 될 수 있는 씨앗, 사업가가 될 수 있는 씨앗 등 모든 종류의 씨앗이 자녀에게 내포되어 있다. 이 씨앗들은 가능성이라는 자체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품이 없다면 생명으로 부활되지 못하고 그대로 약화되면서 소멸되고 만다. 

 

그러므로 자녀의 잠재능력이 개발되지 못한다면 이는 자녀의 잘못이 아니다.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제공하지 못한 부모의 잘못이다.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없는데 어떻게 잠재능력의 씨앗이 싹을 피울 수 있겠는가? 성인도 직장이나 사회에서 차가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위축되거나 그 장소를 피하게 된다. 하물며 가장 중요한 사람인 부모로부터 차가움을 느낀다면 어린 자녀는 도피할 수도 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스함과 부드러움은 부모 모두에게 모두 요구된다. 엄친자모(嚴親慈母)라는 말에서 보듯, 예전에는 어머니가 따뜻함의 상징이었다. 아버지는 훈육을 명분으로 자녀에게 엄격하게 대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자녀를 따뜻하게 감싸 주는 존재였다. 잘했을 때는 함께 기뻐하고 잘못했을 때도 함께 안타까워하면서 감싸주는 어머니였다.

 

그랬기에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생각나는 존재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였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 핵가족화, 기러기 가족으로 대변되는 분거가족 형태 등의 사회 변화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통일하고 있다. 엄친자모가 아니라, 오늘날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온정적이고 올바른 훈육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자녀 입장에서 감싸주는 부모는 사라지고 잘 잘못을 따지는 부모만 남게 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최고의 자녀 훈육 방법은 자녀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따스한 햇볕과 수분, 영양을 제공하면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처럼, 부모는 따스한 온기와 부드러움과 영양을 제공하면 된다. 스스로 싹을 틔우고자 하는 잠재능력을 우리 자녀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이 올바른 생명력이다. 우리 자녀들을 믿고 건강한 싹을 틔우기를 여유를 갖고 지지해 본다.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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