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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86]
의존관계를 조심하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11/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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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T 사장은 유통업을 하고 있는데 인기 있는 독일제 P제품의 판매 일부를 맡게 되었다. 인터넷 판매를 말이다. 그런데 실적이 좋아 그 제품 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총판에서 오프라인 판매까지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 왔다. 매력적인 제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T 사장은 고민이 되었다. 오프라인 판매까지 하게 되면 다른 아이템을 줄여야 하고 직원들도 상당수 이 제품에 매달려야 한다. 과연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을까? 본능적으로 걱정이 되었다.

 

S 사장도 비슷한 고민에 봉착했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그 대기업에서 자꾸 물량을 늘리라고 한다. 너무나 잘 된 일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려면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래도 문제가 없을까 하고 본능적으로 걱정이 되는 것이다.

 

T 사장은 사실 다른 거래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사업 시작 초기였다. 하나라도 유통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거래처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거래처에서 매우 호의적으로 대해주었던 것이다. 물량을 자꾸 늘려주면서 자신들의 제품을 팔아달라는 것이었다. 시장에서 인기가 좋아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그 제품이었다. T 사장은 ‘얼씨구’ 하고 주는 대로 물량을 받았다. 그런데 웬걸. 거래 업체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말았다. T 사장에게 배정되었던 물량을 갑자기 줄여버린 것이다. 그 제품 때문에 직원도 더 뽑았고, 다른 제품 거래처에 대한 준비도 전혀 안 해둔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T 사장은 원칙을 정했다. “준다고 다 받지 않는다.” 

 

그래서 T 사장은 독일제 P제품의 오프라인 판매를 맡지 않았다. 적절한 이유를 대서 정중히 사양을 했던 것이다. 대신 다른 회사가 그 제품의 오프라인 판매를 맡았고 그 회사도 일을 잘 해서 물량을 늘려나갔다. 그런데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오프라인 판매는 총판이 직접 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고 말았다. 오프라인 판매를 맡았던 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S 사장은 사실 베테랑이다. 오랫동안 대기업과 거래를 해 오면서 한 업체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납품업체가 자신만을 위해 일해주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자신의 회사를 두 개로 나누었다. 내용적으로는 같은 회사지만 외적으로는 다른 회사이다. 서로 다른 대기업과 거래를 한다. 

 

거래관계는 다른 면에서 보면 의존 관계이다. 거래관계가 오래될수록 또 돈독해질수록 의존은 심해진다.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들던 부품을 외주로 돌린다고 하자. 이때부터는 큰 대기업도 작은 납품업체에 의존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납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품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이 의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데 한 나라에서 80%이상 수입하고 있는 품목이 전체로 31%나 된다. 그 중 중국이 1,850개 정도가 되어 미국(503개)이나 일본(438개)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 만큼 중국 사정에 따라 우리가 휘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거래 관계에서는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 거래에서 내가 어느 면에서 어느 정도 의존을 하게 되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문제가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문제를 줄이려면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나 신뢰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아무리 신뢰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의존 정도가 높으면 위험해진다. 신뢰하는 당사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다각화’이다. 의존 관계를, 다시 말하면 거래 관계를 분산하는 것이다. 주식투자할 때도 한 쪽에 ‘몰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산 투자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항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체할 수 있는 곳 말이다.

 

거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도 그렇다. 한 사람에만 의존하면 위험한 것이다. 권력자들은 측근을 둔다. 측근들의 매력은 이야기를 안 해도 권력자들의 내심을 알아내고 알아서 일을 잘해 준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권력자는 측근에 의존하게 된다. 거기에 위험이 있다. 인간 관계도 적절한 다각화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대통령을 모셨던 한 분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알아보라고 해서 알아보고 보고하러 가면, 대통령은 이미 그 사안에 대해 상당히 알고 계세요.” 대통령이 정보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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