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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칼럼]오랜 기억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4/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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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어린 시절 어머니는 외할머니댁에 아들을 맡겨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다섯 살이었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희미하게 기억한다. 왜냐면 아들도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 것이라는 것을, 어린아이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투면 늘 슬픈 얼굴이었고 아들에게 슬픈 뒷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아들은 어머니의 뒷모습이 익숙했고 늘 불안했다. 왜냐면 아들은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무서워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싶었다. 그런데 잡기가 무서웠다.

 

어머니는 자신의 힘듦으로 아들의 무서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아들이 귀찮다는 듯 차갑게 외면하고 아들에게 함부로 대한적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를 부를 수 없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시작하면 언제나 무서웠고 어머니 품에 안겨 위로를 받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아들에게는 자신을 외면하듯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갓난아이 때부터 무서운 존재였다. 늘 무서운 얼굴로 어머니께는 소리 지르고 아들을 향해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자신과 연결된 대상은 아니여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 후 자신을 떠날 때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더 이상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무시당하고 함부로 대하는 대상이 없어져서 좋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외할머니께 자신을 떠맡기고 떠날 때 마치 예상한 듯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사실은 떠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들은 슬펐다. 그렇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아들은 부모로부터 몸만 한 집안에서 살았지 마음은 오랫동안 버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익숙했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살면서 담담해지는 연습을 하였다. 그다지 기쁘지도 슬퍼지도 않았다. 그냥 잠잘 곳이 있고 밥 먹을 곳이 있어 괜찮았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고마웠다. 

 

아들은 성인이 되어 결혼했다. 아내가 자신을 향해 투명인간 취급한다고 느낄 때, 그리고 자신을 향해 등을 보이고 다른 행동을 할 때 억압된 분노가 폭발했다. 아내를 향해 “왜 자신을 함부로 여기냐”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어릴 때 경험했던 그대로의 모습, 즉 변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아들은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아내를 향해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마치 수 십년 저축하여 쌓아두었던 어두운 감정들이 터져 나오듯 폭발했다. 

 

아내는 급한 볼일이 있어 잠시 다른 일에 집중했을 뿐인데 느닷없이 터진 남편의 분노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남편을 향해 진짜 등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재의 삶에 주인이 되어 자신을 조종한다면 그것이 현재 자신의 삶을 잘못 안내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하며 자신의 무의식을 해소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삶의 주체자가 되기 위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화산 덩어리와 같은 상처를 이해하고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현재의 언어를 살피는 연습을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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