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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화성오산교육지원청 공동기획, ‘상상+학교’를 찾아서 16]
이상한 나라의 화장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3/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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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화성오산미래학교 상상+학교’ 운영을 통해 미래 학교 모델을 꿈꾸고 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과 화성신문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배움의 과정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한소희 남양송산 상상+학교 학생, 서신초 4  © 화성신문

 어느 날부터인가 화장실을 가면 두려움이 생긴다. 변기 뚜껑을 여는 것이 폭탄 뽑기 게임 같은 느낌이 든다. 뚜껑을 여는 순간 물을 내리지 않은 대소변 폭탄이 나오면 “아, 짜증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운이 좋게도 화장실 물이 잘 내려간, 그래서 말끔한 변기를 본다면? 그 순간엔 “다행이다. 다음에도 이런 변기가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담임 선생님께서 전교의 학생들이 화장실 변기물을 안 내리고 바닥도 더럽게 사용해서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분이 힘들다는 말씀과, “변기 물을 잘 내려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계속 하신다. 하지만 효과가 크게 없어, 변기물을 내리라는 안내문조차 물에 젖어서 색이 변해있거나 테이프가 떨어져 있기도 했다. 도대체, 이 일을 어쩌란 말이냐.

 

그러다가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서 함께하는 상상+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 방안을 알아보는 일! 나에게 딱이다. 첫 시간에 모여서 우리 주변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가 있겠냐고 발표하게 되었고, 나는 당연히 화장실 문제를 발표했다. 크레파스로 큰 도화지가 꽉 차게 그림을 그리고, 이어서 화장실 캠페인 만화를 그렸다.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변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포스터와 만화를 교장실에 가져갔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가는 길에 만난 교감선생님께서 웃으며 포스터를 칭찬하셨다. “어디에 붙이고 싶냐”고 내게 물으시고는 담임선생님과 의논하셔서 포스터와 만화를 화장실과 게시판에 붙였다. 반 친구들이 보고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많은 학생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두 가지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화장실 변기 레버가 더러워서 물을 내리지 않는 상황과 변기 커버를 내린 다음에 변기 물을 내렸는데 변기 물이 잘 내려간 것을 못 알아챈 상황에 대해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싶었다.

 

등장 인물을 남자와 여자로 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알려주는 사람을 천사와 난쟁이로 설정했다. 내가 천사로, 우리 오빠가 난쟁이로 출연하였고 컷을 나눠서 찍어봤다. 물을 잘 안 내리는 사람과 물이 내려가지 않은 걸 모르고 나오는 사람은 러닝 파트너 선생님들이 출연했다.

 

대사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게 어려워서 여러 번 다시 촬영했다. 촬영하는 모든 게 재미있었지만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전문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유익했다. 처음 해보는 촬영에 팀원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즐거워했던 시간은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경험이 커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을 듣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또 동영상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알리고 내가 바라는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학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변기를 청결하게 만드는 모두의 노력이 합쳐지는 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랑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닐까? 많은 것을 배운 몇 개월의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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