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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8]
후회는 좋은 것이니 오늘부터 마음껏 후회하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3/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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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는 학생들 졸업 시즌이 되면 좀 불편하다. 아이 둘을 기르면서 아이들 졸업식장에 한 번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때마다 사정이 있었지만, 필자는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아무리 그렇지만 어떻게 졸업식을 한 번도 가지 않았지?”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워진다. 

 

미래학자이면서 저술가인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필자보다는 좋은 아버지였던 것 같다. 그는 딸아이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졸업식이 진행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대학 학창 시절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런 것 저런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더 용기를 내서 해야 했는데’, ‘좀 더 친절을 베풀었었다면’ 하고 말이다.

 

“다 지난 일인데 후회한들 무엇하랴” 또는 “후회는 약한 자나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다니엘 핑크는 딸아이 졸업식 때 후회에 빠져있는 자신을 보면서 후회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했다. 

 

후회에 대한 과거 연구를 심리학, 뇌신경학, 경제학 등에서 죄다 살펴보고 자신도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다, 미국인 4,800여명을 대상으로 ‘미국 후회 설문조사’와 세계 105개국 1만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 후회 설문조사’도 수행했다[후회의 재발견, 한국경제신문, 2022].

 

핑크의 결론은 이렇다. 후회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고급 정신활동이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아주 좋은 것이라는 것이다.

 

후회란 무엇인가? 과거에 했던 선택이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어렸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또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더 고집을 부려 본인이 사귀던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자책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업가는 투자를 좀 더 과감하게 하지 않은 것을 반성할 수도 있다. 가깝게는 어제 술을 2차에 끝냈어야 했는데 3차까지 간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후회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 몸에다 그렇게 문신까지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82%가 이따금 후회에 빠지고, 43%는 자주 후회를 경험한다고 했다. 

 

우리 인간은 잘된 것에 대해서는 얼른 잊어버리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오래 기억하며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부정성 편향’이라 한다. 후회는 그런 부정성 편향의 산물이다. 그런데 후회는 단순한 감정 상태로만 볼 수 없다. 생각해 보면 후회는 고도의 정신작용이다. 일단 과거로 거슬러 가는 것이고, 사실을 뒤집어 보고 현재와 미래를 재설계하는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복합적 과정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연산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럼 우리는 왜 하지 않으려 해도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일까? 진화론적으로 볼 때, 후회하는 인간의 생존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에 의하면 후회의 이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후회는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킨다. 후회는 학습과정인 것이다. 과거의 행동을 뒤집어 보면서 같은 실수를 막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준다. 둘째는 후회는 성과를 높인다. 실패와 실수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기능이 향상된다. 후회하는 사람이 협상도 잘하고 투자도 잘한다. 셋째는 후회는 삶의 의미를 심화시킨다. 후회가 과거를 되돌리거나 뒤집을 수는 없으나, 후회를 하는 사람은 현재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후회의 이점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후회에는 항상 부정적인 감정이 따르고 자책이 수반된다. 이를 극복해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후회한다고 하면서 술이나 마시면서 무기력증에 빠지면 그건 낭패다. 

 

후회는 인간의 발전을 꾀하는 정신작용의 일종인 만큼 그것을 인정하고, 후회할 때 나타나는 감정을 동기유발의 에너지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처음부터 후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후회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할 자원이고, 후회하는 자신은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후회를 감추거나 억제하면 안 된다. 오히려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를 감사해야 한다. 

 

필자도 아이들 졸업식에 참석 못 했다고 후회하는 나 자신을 이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후회하는 마음으로 가족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당신도 오늘부터 떳떳하게 후회해 보는 것이 어떨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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