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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51]
한쪽으로 치우치면 위험하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5/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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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 전남 나주에 있는 동신대의 산업공학과 정화식 교수팀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86%가 오른손잡이, 6% 정도가 왼손잡이, 그리고 8% 정도가 양손잡이이다. 세계적으로는 10% 정도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좌뇌는 논리적이고 수리적인 기능을 맡고, 우뇌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기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것은 교차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는 좌뇌를 주로 쓰게 되고, 왼손잡이는 우뇌를 주로 쓰게 된다. 인간은 좌뇌를 발달시켜왔기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오른손잡이가 많다 보니 생활환경이 오른손잡이에 유리하게 되고 이에 적응하다 보니 오른손잡이가 더욱 가속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항상 일정 비율로 왼손잡이가 존재한다.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하는 것이 자연이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달라져서 비주류가 대세가 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9대 1로 오른손잡이에 치우친 것은 과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무엇이든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바나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바나나는 농작물 가운데 밀, 쌀, 옥수수에 이어 4번째로 생산량이 많다. 우리가 후식이나 간식으로 즐기는 바나나지만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 열대지방에서는 주식으로 활용된다. 바나나의 종류는 원래 1000종이 넘었으나,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주로 생산되는 바나나 종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크고 껍질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한 그로 미셸(Gros Michel)종이 전 세계를 지배해 갔다.

 

프랑스인 탐험가 니콜라 보댕(Nicolas Baudin)이 동남아시아에서 발견한 이 그로 미셸은 프랑스 식민지인 카리브해 마르티니크로 갔고, 거기에서 자메이카를 거쳐 미국까지 퍼졌다. 그런데 20세기로 접어들어 그로 미셸종은 시들어 죽기 시작했다. 1903년 파나마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파나마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이 주변 나라로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1960년이 되자 그로 미셸종은 멸종되고 말았다.

 

다행히 그로 미셸을 대체할 품종이 나타났다. 다국적회사 돌(Dole)의 전신인 스탠더드 프루츠(Standard Fruits)는 파나마병에 내성을 가진 신종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이때 찾은 것이 캐번디시(Cavendish)종이었다. 캐번디시종은 파나마병에 대한 면역이 있는 것은 물론, 키가 작아 소독약을 살포하기도 수월했다. 그로 미셸의 맛과 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캐번디시종에 익숙해졌다. 

 

그 결과 이제는 바나나 농장을 휩쓴 것은 캐번디시종이 되었다. 동남아시아도 남미도 캐번디시 일색이 되었다. 또다시 멸종의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캐번디시종 안에서도 다양한 내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그로 미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잘 된다고 해서 한쪽으로만 쏠리면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미국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개발하여 공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는 1908년부터 모델T를 개발하여 저렴한 차를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거기에 취한 포드는 계속 이쪽으로 밀고 나갔다. 그러나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개성을 추구했고 다양성을 원했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빠르게 반응한 것은 포드가 아니라 GM이었다. 이때부터 포드와 GM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 후 포드는 GM 뒤를 쫓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한때 핀란드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유하던 노키아도 잘 나가던 휴대폰에 매달리고 있다가 휴대전화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어놓는 바람에 몰락하고 말았다. 

 

B 사장은 그래서 한 품목이 60%를 초과하거나 한 대기업의 주문이 60%를 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잘 나갈 때 그 단맛에 취해있다가는 세상이 달라져서 어떻게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도 과거에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에서 특정 사출 물량을 계속 납품해달라고 하여 그쪽 시설을 늘려 놓았는데 그 대기업의 정책이 바뀌면서 투자해 놓은 것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공존하듯이,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해야 장기적으로 생존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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