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52]
제품이 소비자들의 삶의 일부가 될 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5/15 [10:5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탄산음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둘 다 약사들에 의해 소화제로 개발되었다. 코카는 1886년 존 펨버턴이라는 약사에 의해, 그리고 펩시는 이보다 7년 후인 1893 칼랩 브래덤이라는 약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코카는 존 펨버턴이 만든 약에 대한 사업권을 아서 캔들러라는 사업가가 사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몸에 좋은 음료’로 탈바꿈시켰다. 펩시는 처음부터 음료수로 상품화했고, 1898년에는 펩시콜라라는 회사가 생겼다. 

 

두 회사 간의 경쟁은 태생부터 치열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펩시가 선발주자인 코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2차 대전 중 코카가 미군 군수물자로 채택되면서 미군들이 식수 대용으로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게 되었고, 미국 시장에서 코카의 시장점유율은 60%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펩시의 도전은 지칠 줄 몰랐다.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더니 1970년대 들어서는 시장의 판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비록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코카가 앞섰지만, 제품 그 자체에 대한 선호도에서는 펩시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눈을 감고 제품의 맛을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3대 2 정도로 펩시를 선택해 주었다. 펩시는 펩시 첼린지(Pepsi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미국에서는 비교 광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젊은이들은 톡 쏘는 맛이 강한 코카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펩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펩시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 결과 1970년대 말, 소프트 음료 전체 시장에서 두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코카 24% 대 펩시 18%로 근소해지고 있었다. 코카는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으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웠다. 시장은 분명 변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코카는 1983년 시장조사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19만 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코카콜라의 원래 맛이 더는 비밀 병기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코카는 100년을 지켜오던 콜라 맛을 버리고 펩시와 흡사한 맛을 내는 순한 뉴 코크를 내놓았다. 

 

1985년 4월 23일, 뉴 코크가 발매되기 시작했는데 이상한 일이 나타났다. 뉴 코크를 환영하기는커녕, 미국 전역에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길거리에 나와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 성난 소비자들은 코카콜라 회사에 전화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기존 콜라를 도매상에서 사재기까지 했다. 이런 사태를 접하고, 코카콜라는 79일 만에 백기를 들고 소비자들에게 투항했다. 뉴 코크는 그냥 코크로 변경하고,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코카를 ‘코카콜라 클래식(Coke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다시 내놓기로 했다.

 

분명 제품 맛 테스트에서 뉴 코크는 기존 제품보다 우위를 차지했으나, 막상 기존 제품을 단종한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뜻밖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코카콜라라는 제품은 단지 제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코카콜라는 저와 같이 성장해왔습니다. 새로 나온 코카콜라는 제가 아는 그 코카가 아닙니다. 코카콜라가 사라진다는 것은 제 인생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제 생의 중요한 순간 코카가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 제가 졸업을 할 때, 제가 친구들하고 놀러 갈 때, 그리고 땀 흘리고 운동할 때. 코크는 제 생의 일부지요.”

 

코카콜라는 어느 사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미국인들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제품이 무엇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 되었다.

 

최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39년 동안 운영되던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닫는 일이 있었다. 이 가게는 한국 교포 김민(71) 씨가 1984년부터 뉴욕 웨스트 44번가에서 운영하던 스타라이트 델리(Starlite Deli)라는 가게인데 이제 주인이 나이도 들고 또 물가도 올라 경제적으로도 그 가게를 과거처럼 운영할 수 없어 폐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이 가게의 마지막 영업 날에 가게로 몰려왔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감사 메시지를 담은 액자와 1만 7839달러(약 2400만원)의 성금을 건넸다. 배우들에게 있어 이 가게 또한 그들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