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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57]
문제를 보는 눈, 프레임을 바꿔보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6/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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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현대중공업이 울산 조선소를 건립한 것이 1972년 3월 23일이었다. 이 일을 해낸 사람은 천하의 정주영이었지만 그도 처음에는 조선소 건립을 두려워했다. 엄청난 자금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인데 이를 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에게 조선업을 해 줄 것을 집요하게 권유했다고 한다. 정주영은 여러 번 도망도 다니다가 결국은 이 대역사를 도모하기로 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조선업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조선업이란 것이 자신이 하고 있던 건설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크라는 건 목욕탕 욕조를 크게 만드는 것하고 같은 거고, 선박 건조는 커다란 철 그릇 속에다 구조물 빌딩을 하나 세우는 거다.” 다시 말하면, 배라는 것이 물에 떠 있는 건물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조선소도 건설업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때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우중씨도 이와 비슷한 발상을 했다. 그는 1978년,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하게 되었다. 대우는 모태가 봉제업이고, 설립된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된 청년 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이 조선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김우중 씨는 “선박 건조하는 것을 보니 철판을 용접하는 것이 주이던데, 이건 우리가 옷 만들 때 천을 맞대어 꿰매는 것과 같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사물은 바라보는 기본 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한다. 프레임이란 말 그대로 틀을 말한다. 그림을 걸어두는 액자도 프레임이고, 집 지을 때 쓰는 철골 구조물도 프레임이다.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을 때도, 영화감독이 영화 장면 하나를 연출할 때도 어느 각도에서 찍을 것인지, 어떤 배경을 담을 것인가 틀을 만들어서 작업에 들어간다. 비슷한 용어로 접근, 시각, 패러다임, 스키마 등이 있지만 그냥 쉬운 표현으로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프레임을 가지고 사물을 본다. 안경을 끼고 외부 사물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파란색 선글라스를 끼고 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이고, 핑크 제왕같이 핑크색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이 핑크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는 것만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은 프레임을 갖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프레임 덕분에 상황 판단을 빨리할 수 있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우리는 프레임에 갇혀서 살게 된다. 세상은 넓고도 복잡한데 우리가 가진 프레임으로 한쪽만 보고 싶게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풀리지 않고 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프레임을 가끔은 점검해야 하고, 그리고 기존의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 정주영 씨와 김우중 씨는 조선업을 보는 프레임을 바꿔서 보았다. 그렇게 해서 낯선 조선업이지만, 친숙하게 만들었고 또 어려운 공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프레임을 잘 활용한다. 애매한 상황에서 명확한 프레임을 제시하여 상황 진단을 정확히 하기도 하고, 기존의 프레임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갈등을 풀기도 한다.

 

필자가 IMF 외환위기 때 외국 필터 회사에 자문을 하고 있었다. IMF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죄다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필터를 쓰는 업체들이 가능하면 저렴한 국산 필터나 동남아시아 생산 필터를 쓰려고 했다. 그래서 영업 사원들은 이 회사도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고 본사에 건의를 했다. 그러나 본사는 결코 저가 정책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은 저가 정책이 달콤한 성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게 독이 된다고 했다. 대신 자기네 제품이 얼마나 회사에 이득을 갖다주는 지를 계속 인식시키라고 했다.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30% 정도 가격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성능으로 보아서는 결국 자사 제품이 고객사에 이득을 준다는 논리였다. 

 

타사에서 ‘비용 프레임’으로 나올 때 그 회사는 ‘이득 프레임’으로 맞섰던 것이다. 결과는 그 외국 회사의 승리였다. 성능의 차이가 분명 컸다. IMF 위기가 끝난 후 이 회사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리더십에 대해서도 우리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귀하는 리더십에 대해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리더십은 이끌어가는 것이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이 프레임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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