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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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다
딱딱하기만 한 객지에서 돌아와
잘 치대진 반죽덩어리 하나를 놓고 보니
이렇게 말랑말랑한 것이 또 있을까
세대에 막론은 있겠지만
각론이 없어 송편 빚는 법은 모두 같다
그저 제 손아귀의 요량으로
잘 쥐기만 하면 되는 것
둥그런 소반에 죽 늘어놓으면
각자 세상을 움켜쥐고 있는
나름의 깜냥들이 보인다
제법 모양을 낸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이 쥔 세상은 아직 그 형태가 없다
제각각 쥐었다 놓은 세상은
잘생기고 못생긴 하루하루들 같아서
아무리 좋은 손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도
정성을 묻히는 손의 모양은 또 다르다
결국 저의 손이 만든 모양은
자신들이 먹어 치우게 되어 있다
쥐었다 놓은 손아귀 힘 속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풋콩 몇 알과 꿀이
똑같이 들어 있는 것처럼
위태롭게 쥐고 있는
세상의 어느 손잡이들에도
풋콩 같은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해마다 추석이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각자 제 나름의 깜량대로 쥐었다가 놓는 세상, 어차피 세상은 각자의 것이긴 하나 풋콩 몇 개이거나 달콤한 꿀맛이거나 차이야 있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둘러앉아 만드는 주먹만한 세상이야기는 언제나 말랑말랑 달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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