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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75]
가격을 흥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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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호텔을 경영하는 G 사장은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호텔 서비스를 개선해 보고 싶었다. 이를 사내에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용역비가 만만치 않았다. 담당 직원들이 이 문제를 상의하면서 용역비를 깎겠다고 했다. G 사장은 비용을 낮추려 하지 말라 했다. 용역비는 요구하는 대로 주되 대신 더 많이 얻어 오라고 했다.

 

그 덕분에 호텔은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고, 더구나 미래 전망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 용역을 맡은 그 빅데이터 분석회사도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였는데 이 호텔과의 거래가 중요한 실적이 되어 다음 건 수주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래서 그 빅데이터 회사가 외부 강연을 할 때는 꼭 호텔 이야기를 해 주었으며, 큰 이벤트를 열 때는 그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필자도 이런 용역을 많이 하였다. 조직을 분석하는 용역도 하고 전 직원 교육하는 프로젝트도 했다. 대부분 상대 기관에서는 가격을 흥정한다. 무조건 낮추라는 요구를 한다. 사내에 관련 부서를 여러 개 거칠 때는 그때마다 용역비를 낮춰 줘야 한다. 그렇게 낮춰야 그 부서의 실적이 된다고 했다.

 

서비스 용역에서 가격을 낮춰 주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그만큼 투입이 줄어들게 되고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분석을 한다고 했을 때, 5년 차 정도의 전문가를 투입해야 하는데 2년 차를 투입하고, 20시간 정도 분석을 해야 하는데 15시간에 마무리하게 된다.

 

가격 흥정보다 중요한 것은 질 관리이다. 그런데 가격 흥정에 열을 올리는 회사는 질 관리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가격을 깎았다’는 것 자체로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비용을 충분히 고려해 주는 회사는 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은 돈 주었으니 당신들 알아서 해주세요” 하지 않는다. 발주처와 수주처가 파트너십을 발휘해서 함께 진단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간다. 결국 그 과정에서 수주사로부터 원래 얻기로 한 것 이상으로 얻어 간다.

 

D 사장은 건물 임대사업을 한다. 상가 건물을 지어서 가게 임대를 하는 것이다. 임대료를 높게 받아야 이익이 된다. 계산상으로는 말이다. 임대 들어온 가게가 장사가 잘 돼서 임대료를 잘 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임대료를 높이면 가게가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그러고는 공실률이 높아진다. 

 

D 시장은 한 가게로부터 임대료를 높이는 것보다 오히려 임대료를 조금 낮게 해주더라도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고 가게가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임대료를 조금 낮게 책정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발 나아갔다. 어쨌든 가게가 영업이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D 사장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 그리고 임대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가게의 흥망을 보아왔다. 그래서 나름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음식점이 들어온다고 하면, 주인과 대화를 나눠본다. 어떤 고객층을 표적으로 하는지, 제품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서비스는 어떤 데 주력할 것인지 등등 말이다. 그리고 영업이 진행될 때도 중간중간 들려 상황을 점검하고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조선소를 운영하던 K 사장은 협력업체들과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았다. 다른 조선소에서는 매년 입찰을 통해 협력업체를 재선정했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는 매년 낮은 가격으로 일을 해야 하고 언제 거래가 종료될지 몰라 불안해했다. 그래서 협력업체가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가 없었다. K 사장은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했다. 협력업체와는 장기계약을 맺었다. 대신 조선소가 이렇게 나아가려고 하니 이런 점에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비용이 문제가 될 때는 비용을 줄여달라고 솔직히 이야기했고, 새로운 선종을 건설하려 할 때는 그렇게 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있다. 후진국에서 원재료를 사 올 때 ‘싸게 싸게’만 사 오지 말라는 것이다. 남미에서 커피 원두를 사 오고, 아프리카에서 카카오는 구매해 올 때 지급 비용을 낮추면, 현지에서는 값싼 미성년자들이 고용된다. 그들은 결국 교육을 못 받게 되고 가난의 늪에 빠진다. 제값을 주고 제대로 거래하자는 것이 공정무역이다.

 

거래는 일회성의 이벤트도 아니고, 두 당사자 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거래에서 가격이 중요한 변수이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이고, 서로 잘 사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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