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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77]
원칙을 지키는 것, 온정을 베푸는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2/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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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가 기업체 심사하는 일을 맡았을 때다. 그동안 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교실에서 앉는 자리가 가깝고 해서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그 친구가 ‘본론’을 꺼냈다. 그는 필자가 곧 심사를 나가야 할 회사의 부장이었다. 요는 “잘 보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 잘 살펴볼게” 하고 이야기를 끝냈다.

 

이런 상황이면 마음이 조금 불편해진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고 공정하게 심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워낙 큰 회사인데다 심사점수가 낮다고 하더라도 친구에게 그렇게 큰 피해가 갈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맛집을 평가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자. 인기 있는 한 식당을 취재하러 갔는데, 소문과는 달리 음식 맛이 별로다. 그런데 그 음식점 주인이 뜻밖에도 옛날 이웃에 살았던 사람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어렵게 식당을 차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으려는 시점을 맞고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친한 친구가 운전하고 가는 차에 동석하여 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친구가 과속을 해서 사람을 치었다. 증인이라고는 여러분밖에 없으니 여러분의 한마디가 중요한 상황이다. 친구가 과속했다고 이야기하면, 친구는 큰 벌을 받게 될 것이지만, 과속 사실을 숨겨주면 친구는 가벼운 처벌을 받고 끝날 것이다. 여러분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정도 되면 식은땀이 난다. 네덜란드에 있는 트롬페나스(Trompenaars)라는 학자는 여러 나라 관리자에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물어보았다. 캐나다, 미국, 영국, 독일의 관리자들은 놀랍게도 90% 이상 친구라 하더라도 과속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 관리자들은 어땠을까? 사실대로 이야기한다는 응답은 20%대였다. 조사 대상 국가 30여개 중 꼴찌였다.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나라는 원칙과 명문 규정을 중시한다. 하지만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원칙보다는 인간관계 즉 정을 중시한다. 그중에서도 정을 애지중지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이야기다. 원칙인가? 정인가? 이 둘은 상반되는 것일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까? 

 

현대 사회에서 정을 앞으로 내세우고 일을 할 수도 없고, 정 때문에 원칙을 훼손시켜서도 안 된다. 아무리 정의 문화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한국 사회라고 하더라도 원칙을 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원칙만을 내세우고 정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너무 삭막하게 될 것이다. 리더는 이 둘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을 바로 세우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정을 유지하면서도 원칙이 손상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음식점 평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음식점 평가를 하는 유튜버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주인이 딱한 사정이 있는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수준이 낮은 음식점을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 유튜버가 음식점을 돕고 싶다면, 그 음식점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조언을 주거나 컨설팅을 해주는 것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재능기부로 말이다. 

 

친한 친구가 과속하여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속을 안 했다고 위증을 할 수는 없다. 친구가 과속 사실을 자백하도록 만들든지, 친구의 과속 사실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친구를 도와야 할 것이다. 친구가 벌을 받는 동안 면회를 가서 위로도 해주고, 가족들을 케어도 해주고, 그리고 필요한 경우 금전적으로도 도울 수 있다.

 

필자의 지인이 최근 어느 예술단의 단장이 되었는데 단원의 근무태도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각자와 결근자를 조사해 보니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이들을 일벌백계하여 원칙을 세우고 싶었다. 그래서 지각 3회 이상인 사람들을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원칙대로 징계했다간 예술단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재미없는 일터가 될 판이었다. 징계위원들과 논의하여 주의 처분만 내리기로 했다. 주의 처분은 징계에 속하지는 않는 관리행위였다. 주의 처분을 통해 경종을 울리되 실질적인 피해는 없게 한 것이다. 

 

우수기업 연구의 대가 짐 콜린스는 그의 책 Good to Great에서 리더는 엄격해야 하지만 매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igorous, but not ruthless). 원칙과 온정의 균형을 잡으라는 이야기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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