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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노사이드의 교훈 ②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3/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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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세제 철학박사, 결성향교 선비문화학교 교장  © 화성신문

전 호에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치의 법칙을 포함한 기존 경제 체제의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대전환이 모색되어야겠지만, 자민족 또는 자기 세계를 타민족 또는 다른 세계에 대해 우월하게 생각하는 의식에서도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아시아를 포함한 제3세계와 강대국으로 구성된 서구 세계를 ‘특수한 세계’로 포함하는 ‘보편적 세계’를 상정하고, 그에 입각하여 서로 다른 세계를 다시 위치 지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 가치관, 신념은 사회이든 국가이든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자기 세계를 ‘문명의 세계’ ‘신세계’ ‘역사적 세계’라 하고 다른 세계를 ‘미개한 세계’ ‘낡은 세계’ ‘비역사적 세계’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조화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첩경은 자기와 다른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역사 속에서 지식, 가치관,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실은 자국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는 과정을 수없이 보아 왔다. 최근에도 자기와 다른 세계를 “악의 축”이라 부르며 그에 동참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서구 사회의 강요에 힘들어하는 다수의 국가들이 있으며, 그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과 국가들을 “이단”이라 매도하며 비판하는 정부, 학계, 언론계의 문화의식 몰이해를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려면 다양한 생각들을 인정하여(정치경제적으로는 지나친 사적 이익 추구를 지양하는)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편적 세계의식의 입장에 서야 한다. 힘이 강하다고 해서, 지식이 뛰어나다고 해서, 부와 권력이 조금 많고 높다고 해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문화 혹은 의식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믿는 바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힘을 합쳐 자기와 다른 사람, 국가, 민족, 사회, 문화를 핍박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정서, 보편적 인류애적 정신에 결코 조응하지 않는다. 정의로움은 힘, 지식, 부, 권력, 피부색, 종교, 문화 등에서 유래하는 도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인 인간다움에서 유래하는 도덕이요 가치관이다. 

 

이런 면에서 제노사이드에 대한 설명과 이해, 실체 규명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세계의식의 창조 및 운용, 우리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될 것들을 경험 인식을 통해 체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상처를 입힌 손이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는 그 해결 방법과 동시에 발생한다고 하듯, 제노사이드에는 우리가 앞으로 건설하고 지향해야 할 세계 사회 의식의 단초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노사이드의 실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성 제암리 사건이다. 그래서 화성 제암리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다.

 


 

손세제 박사는 결성향교 선비문화학교 교장으로서 철학연구방법론, 역사철학, 독립운동사, 구한말 일제강점기의 사상의식 등을 연구하며, 성균관, 충남공무원연수원 등 인문 강좌를 수십회 진행해 왔다. 저서로는 공자의 정치개혁(문사철,2021) 외 공저 10여편, 역서로는 중국현대사상사론(교보문고, 199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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