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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8]
당신의 연봉을 유치원 선생님이 결정한다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3/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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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1980년대 후반, 미국 테네시주에서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실시했다. STAR(Student/Teacher Achievement Ratio)라고 불리었던 이 프로젝트는 학급의 규모가 어떤 효과를 미치느냐는 것을 보기 위해 설계되었다. 무려 79개 학교에서 11,571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이 실험에 참여하였는데, 학급 규모가 15명 정도 되는 소규모 학급과 22명 정도 되는 대규모 학급으로 나누고 학생들과 교사는 무작위로 배정되었다. 학급 규모 차이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한 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무려 4년 동안 종단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학급 규모가 아이들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주기는 하였으나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후속 연구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엉뚱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라지 체티(Raj Chetty)라는 경제학자 팀이 STAR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동들이 대학을 마치고 취업한 후의 자료까지 확보하여, 광범위한 자료 분석을 했다. 체티 교수팀은 어릴 때의 교사 경력이 20대 중반의 연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유치원에서 경험이 많은 교사에게 교육받은 학생은 커서 연봉이 높다는 이야기다.

 

경험이 많은 유치원 교사에게서 배운 학생은 25세가 될 무렵,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 비해 훨씬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통계적으로 볼 때, 무경험 교사 반에서 숙련된 교사 반으로 옮긴다고 하면 20대에 무려 연봉이 1,000달러가 올라갔다. 나의 유치원 교사가 나의 연봉을 결정한다? 이거 놀라운 일이 아닌가? 3~4년 전에 만난 대학교수도 아니고, 거의 20년 전에 만난 유치원 선생님이 말이다. 그럼, 경험 많은 유치원 선생님과 경험이 적은 유치원 선생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아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요령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글을 가르칠 때도 또 산수를 가르칠 때도 더 쉽게 설명하고 더 오래 기억하게 할 것이다. 물론 그런 점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선생님에게 배우든지 나중에 가면 아이들의 공부 실력은 비슷해졌다. 비록 경험이 적은 선생님에게서 배운 아이들도 읽기와 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다.

 

경험 많은 선생님들이 신경을 더 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 아이들의 공부가 아니고 생활 자세였다. 아이들에 대한 지식교육이 아니라 인생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했으며,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고 협력하도록 지도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도 정숙을 유지하고, 규율을 지키게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도록 유도했고,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도 끈기를 가지고 극복하게 했다. 경험 있는 교사는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같은 품성과 덕목을 길러주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품성의 효과는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었을 때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좁은 환경보다 실사회라는 넓은 공간에서 품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안진영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그는 시인이면서도 멘탈코치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가르친다. 그는 인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스스로 깨치게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속 묻고,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고 거기로 향해 나아가게 한다.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칭찬하고, 한 없이 친절하다. 그러나 인생의 쓴맛도 가르친다. 맛없는 것도 먹게 하고, 싫은 충고도 받아들이게 한다. 심지어는 남에게 이견을 이야기하고 싫은 표현하는 법도 가르친다. 주로 고학년을 지도하던 안 선생님이 최근에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맡고 있다. 안진영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은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공부를 잘하겠지만 그보다는 인생을 살아갈 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선생님에게서 배운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멋지고 행복한 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스승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만 필요할까? 리더는 그냥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도 아니다. 리더는 사람을 키우는 사람이고, 지식보다는 품성, 능력보다는 멘탈을 다잡아 주는 사람이다. 그 점이 리더와 관리자의 차이이다. 관리자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한다. 반면에 리더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인 성공을 지향한다. 경험이 많으면 아무래도 유리하겠지만, 경험이 적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경험이 적은 선생님이나 관리자도 이런데 관심을 가지면 그도 리더가 될 수 있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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