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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심리칼럼] '나만 없어지면 된다'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1/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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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신문

길을 지나갈 때 그 친구가 내게 눈을 흘기며 지나갔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나는 화가 났지만 화를 내지 못했다. 왜냐면 그 친구는 나보다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커서 사람들에게 나를 창피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그 친구에게 왜 내게 눈을 흘기냐고 하면 아마도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내가 언제 그랬냐’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갔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그 친구의 그 흘기는 눈빛이 생각난다. 그때 비참하고 무시하는 듯 한 눈빛이 생생하게 매일 매일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나는 불면과 식욕부진 우울에 시달린다.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나를 못났다고 하는 것 같아 더욱 괴롭고 힘들다.


나는 무섭다. 그 친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무섭다. 나는 내 자신이 싫다. 당당해도 되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지 바보스럽고 못나서 내 자신이 싫다. 또한 나는 내 자신을 스스로 못난 곳으로 몰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이런 나를 못 본 체하기도 하고 불쌍하게 쳐다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자신이 없다. 온통 세상이 나를 못난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나는 아픔을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혼자라서 외롭다. 친구가 없어 쓸쓸하다. 그런데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혼자라는 것을 부끄럽고 못났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 없어지면 된다’라는 생각을 한다. 자살을 시도하려다 엄마께 내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런데 엄마는 내게 ‘너는 너무 약해, 세상은 너처럼 약해서 살 수 없어, 그러니까 그렇지.’ 나는 결국 세상이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할머니 편을 들면서 엄마를 무시하였고 우리 가족보다 할머니와 큰집 식구들을 더 챙겼다. 그래서 나는 아빠는 어차피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한테 함부로 하는 아빠가 미웠고 싫었다. 어쩌면 엄마가 할머니나 아빠에게 겪었던 외로움을 내가 그대로 흡수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엄마도 아빠와 부부싸움을 한 후엔 자살시도를 하였던 것 같다. 내가 그것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다. 심지어 엄마의 그 외로움도 내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외로움이 나만의 것이든 엄마를 닮아 생겨난 것이든,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사실은 자살 따위 하고 싶지 않다. 마음 털어놓을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친구 한두 명쯤, 따뜻한 엄마의 말 한마디쯤 들으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왜 이다지도 멀고 또 멀게만 느껴질까. 내 평생 한 번이라도 마음을 나눌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왜 나에게만 이렇게 어려울까 원망스런 기분이 든다. 인생은 결국 혼자라고 했던가.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그 지나가는 시간을 견디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다. 이제는 아픔을 견디기보다는 나에게 잠재되어 있는 힘 있는 나의 보석인 잠재능력을 꺼내 나로서 살아가고자 한다. 내 스스로 강해지고자 한다. 그리고 마주하고 부딪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노력 없이 변화하기가 쉽지 않음을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로서 집중하며 몰입한다면 기쁨과 행복을 경험할 것이고 나의 꿈을 성취해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로서 살아가면 나라는 존재가 그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에 관심이 없을 만큼 커다랗고 평화로운 힘을 가질 것이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면 이제부터 나에게는 내가 주인이지 타인이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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