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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이사, 세계 최초 원천기술 확보한 ‘소재 업계의 잡스’
전자파 차단 스프레이 소재·방열 소재, 세계 최초 개발 성공
“세상 모든 반도체 전자파 문제, 엔트리움에 답 있죠”
전자파 차단 절실한 자율주행차 등 트렌드 맞아 ‘빅뱅’ 예약
“미래에 오리엔티드 된 사람”, 리더의 최고 덕목은 ‘동기부여’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09/2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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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가 자신의 별명인 ‘나노 연금술사’ 글귀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 화성신문

 

 

좀 부끄럽지만 사람들이 저보고 나노 연금술사라고 부릅니다. 소재 업계의 잡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재들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과분한 칭찬이지만 정말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어머니께서 제 이름을 세영으로 지으셨어요. 인간 세, 헤엄칠 영. 인간 세상을 멋지게 헤엄쳐 나가라는 뜻이라네요. 하하.”

 

1973년생인 정세영 대표가 운영하는 엔트리움는 현재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다. 안산에도 사업장을 두고 있다. 삼성반도체는 정 대표가 10년간 근무한 직장이기도 하다.

 

차세대융합기술원 연구원 출신 1호 창업기업이기도 한 엔트리움은 세계 최초의 원천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엔트리움이 개발한 세계 최초 소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 전자파 차단 스프레이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방열 소재다. 둘 다 빅뱅을 예약하고 있다.

 

전자파 차단 스프레이 소재는 SK하이닉스를 통해 양산 인증을 받은 소재다. 양산 인증 받는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 독일의 세계적인 기업 10여 곳과 경쟁했고, 유일하게 최종 양산 인증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높은 업계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 계기다.

 

새로운 소재인데다 새로운 공정인 탓에 양산은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개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지면 수백억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 다른 반도체 고객사들에게도 확장성이 높은 아이템이어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우리 회사 가능성, 저도 궁금해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트렌드가 된 5G통신과 자율주행차에는 많은 반도체들이 들어간다. 두 분야의 공통점은 전자파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점이다. 5G는 기존 4G보다 데이터 전송량이 훨씬 많고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로 인해 전자파 간섭으로 인한 기기 오작동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다. 자율주행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중에 자동차 내부 반도체들이 서로 전자파 간섭을 일으킨다든지, 아니면 외부의 차들과 전자파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순간적으로 1초만 오작동을 일으켜도 인명피해와 직결된다. 이런 트렌드로 인해 전자파 차단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 자신이 근무하는 책상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정 대표.     © 화성신문

 

방열 소재도 큰 시장성이 기대된다. 5G나 인공지능(AI) 분야 반도체는 발열이 심하다. 그 발열을 제거하는 방열 소재 분야에서 세계 선진 소재 업체들도 확보하지 못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트리움의 엔은 나노(Nano)를 의미합니다. 트리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 명의 신인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가 각각 가지고 있는 창을 합쳐서 만든 창의 이름입니다. 제우스는 번개창, 포세이돈은 삼지창, 하데스는 쇠스랑을 가지고 있죠. 하나하나만 해도 강력한데 세 개를 합쳤으니 얼마나 강력하겠습니까. 강력한 나노기술로 인류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 대표가 말한 트리움의 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정 대표는 힘의 크기는 숫자라고 했다. 20132월에 설립된 엔트리움의 지난해 매출액은 63억 원. 올해는 120억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파 차단 스프레이 소재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0년에는 300, 2021년에는 600억 등 매년 가파른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파 차단 소재는 지금 당장 반도체 칩에 적용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개발해 놓고 스스로도 궁금합니다. 이게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모든 반도체에 우리 기술이 다 적용되면 그냥 우리 회사는 몇 십조 짜리 회사가 될 수도 있어요. 현재 아이폰은 반도체 칩 30% 정도에 적용되고 있고, 삼성폰은 이제 5% 정도, 화웨이는 칩 하나 정도에 적용돼 있어요. 우리 회사는 전파 차단 소재 잘하는 회사로 세계에 알려져 있어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정 대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얼굴이나 말투에서 진실성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억센 듯 부드럽고 순박한 표정, 투박하면서도 정제된 말투가 묘한 매력을 풍긴다.

 

새로 형성된 시장 규모가 3조라면 우리가 10%만 해도 3000억입니다.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40% 정도예요. 그렇다면 1200억 이익을 내는 것이고, 우리 회사는 첨단 소재 쪽이라 거기에 곱하기 20을 하는 회사거든요. 바로 24000억 짜리 회사가 되는 거예요. 저도 궁금해요. 패를 끝까지 보고 싶어요. 늦어도 10년 안에는 꽤 성장해 있을 겁니다. 실제 계산해보니까 스마트폰에 우리 소재를 100% 적용하면 딱 8조 시장입니다. 14억대 휴대폰이 새로 나오거든요. 스마트폰 하나에 반도체가 평균 70개 들어가요. 그러면 1년에 980억 개. 우리 소재로 코팅하고 싶은 반도체가 매년 1000억 개 정도 나오는 겁니다. 전자파 차단 소재 기술에서 저희가 업계에서 제일 앞서고 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몸이 달아오르네요. 하하.”

 

▲ 엔트리움이 생산하고 있는 도전성 ‘입자’ 제품.     © 화성신문

 

 

‘811 CSR 실천

 

크리스천인 정 대표는 미래지향적인 성향이다.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재보다는 미래에 오리엔티드 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정 대표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문장이다.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라는 뜻이다. 아일랜드 가수 브라이언 케네디가 부른 ‘You Raise Me Up’의 가사이기도 하다. 당신이 바로 정 대표가 믿는 구석이다.

 

앞서 거론한 반도체 전자파 차단 스프레이 소재와 방열 소재는 엔트리움으로서는 미래 먹거리. 먹을 날이 멀지 않기는 하지만. 엔트리움의 현재 먹거리는 입자, 페이스트, 필름 등 세 가지다.

 

입자는 TV, 노트북,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ACF 필름에 들어가는 핵심 도전성 입자(전도성 입자라고도 함)를 말한다. 일본이 전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엔트리움 입자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페이스트는 치약을 생각하면 된다. 페이스트를 굉장히 묽게 희석해서 반도체 표면에 스프레이 코팅하면 10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아주 얇고 균일하게 도포된다. 반도체가 작동할 때 나오는 전자파들을 밖으로 못나오게 차단할 수 있다.

 

필름은 스마트폰 백 커브로 사용되는 필름, 카메라 모듈을 잘 고정시켜 주는 본딩 필름 등 다양한 스마트폰용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정부 승인 완료로 중국에 수출 중인 제품들도 있다.

 

현재 매출 구조는 필름 제품이 60~70%, 입자 제품이 20~3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전자파 차단 소재인 페이스트는 앞으로 시장성이 굉장히 큰 아이템이지만 본격 양산제품 매출이 아니라 샘플 매출 정도만 일어나고 있다.

 

정 대표는 삼성반도체를 그만둘 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직장 다니다보면 누구나 평범한 고민 있지 않습니까? 나이 마흔에 부장 달았어요. 내가 과연 임원을 달 수 있을까? 임원 못 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임원 달아봤자 길어야 50대 초반이면 끝인데. 그런 고민을 하다가 대학교 때 생각했던 로망이 떠올랐어요.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멋진 회사를 만들어보자.’ 엔트리움은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올해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첫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돈 많이 벌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해야 하고요.”

 

엔트리움에는 ‘811 이 있다. 100원 이익을 올렸으면 10%는 직원들에게, 10%CSR에 쓴다는 규칙이다. 정 대표가 존경하는 하형록 회장(영어 이름은 팀 하스)이익 20% 사회 환원에서 얻은 힌트다. 하 회장은 미국의 10대 주차장 건물 설계회사 창립자 겸 CEO.

 

정 대표는 사업 초기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었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할 때 엔지니어들이 칩에서 나는 열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칩은 반도체 뇌라고 생각하면 돼요. 빨리 열을 밖으로 빼 주면 됩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퇴사하자마자 특허를 써서 그 소재를 들고 갔죠. 엔지니어들은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구매팀에 갔더니 업력이 몇 년 이상 돼야 하고 매출액 50억 이하 회사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창업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피보팅(pivoting, 방향 전환) 했습니다. 그게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디스플레이용 도전성 입자입니다.”

 

▲ 정세영 대표가 회사 이름인 ‘트리움’(trium)을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있다. 트리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 명의 신인 제우스의 번개창,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쇠스랑을 합쳤다는 의미다. 엔은 나노(Nano)를 의미한다.     © 화성신문

 

 

엔트리움너머 갓트리움꿈꿔

 

인간제일, 열정과 행동, 정직과 신뢰, 즐겁고 창조적인 일터. 엔트리움의 4가지 핵심가치다. 4가지 중 앞의 세 가지는 정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인생을 도전과 실패를 통해서 계속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규정한다.

 

촌각도 아껴 쓰는 정 대표는 걷기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짬만 나면 걷는다. 몸 건강, 정신 건강, 고민 해결 등 CEO에게 꼭 필요한 요소들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이건 내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파워풀한 솔루션과 영감을 얻을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걷기 위한 시간은 무조건 냅니다.”

 

50여 나라 300개가 넘는 도시를 다녀왔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는 정 대표는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량은 1년에 20권 정도.

 

일단 책은 희열을 줍니다.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노하우로 거기까지 갔는지,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죠. 사업이란 게 어떤 한 사람의 능력이 특출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과 자금 등 주변의 모든 환경이 잘 맞아 떨어져야 가능합니다. 전자파 차단 소재라는 정보도 전 직장의 임원께서 주신 겁니다. 아무튼 책에서 얻는 교훈은 성공한다고 해서 자만해서도 안 되고, 실패한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도 없다는 점입니다.”

 

정 대표가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건 감사와 겸손이다. “진심어린 감사는 더 큰 감사를 부릅니다. 책에서 본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겁니다. 삼성에서 10년 근무하면서 겸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정 대표는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동기부여와 개방성을 꼽는다. 회사를 점프 업(Jump up) 시킬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갓트리움’(Godtrium)을 꿈꾼다.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멋진 회사말이다.

 

정 대표에게 인생을 리셋 하고 싶은 시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대 때 목표가 없어 너무 방황했기 때문이라고.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실현할 수 있겠다 느껴지는 것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고민해서 찾아 나가는 이런 과정을 겪어 나가는 삶을 한 번쯤 살아보면 어떨까요. 그 삶이 종종 고달플 수는 있겠으나 이런 과정을 한 번 살아본 사람하고 안 살아본 사람하고는 퀄리티 차이가 좀 있지 않을까요.”

 

정 사장이 어느 정도 성공한 후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제조업 창업자 전문 투자. 좋은 아이템,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화 문턱에서 주저앉는 사람이 없도록 돕고 싶어서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직접 볼 넣는 것보다 어시스트 하는 게 훨씬 짜릿하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와 교감해서 멋진 결과를 얻는 이루는 게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 대표의 고향은 부산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나누는 정 대표의 얼굴에 갈매기 이미지가 겹쳐진다. 부산갈매기가 아니라 불후의 명저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그 갈매기,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조나단 리빙스턴말이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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