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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동하는 시민으로 산다는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2/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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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남읍 구문천3리 주민들이 최근 환경감시단을 발족시켰다. 환경감시단 이름은 초록마을 환경감시단이다. 구문천3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초록마을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공기 좋고 고즈넉한 풍광을 자랑하던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몇몇 기업은 공기가 좋아 산업단지가 아닌 이곳을 굳이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각종 폐기물재활용 처리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이 마을이 악취로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1030. 구문천3리 마을회관에는 예닐곱 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노란색 조끼를 입고 감시단 활동에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300미터 정도 떨어진 폐기물재활용 처리업체들을 찾아가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발대식 이전에도 수차례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환경감시단을 비롯 초록마을 기업협의회 소속 기업체 대표들 20명 정도가 이미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폐기물재활용 처리업체 대표 세 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식사 자리는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환경감시단 단장은 폐기물재활용 처리업체 대표들에게 악취로 인한 고통을 설명한 후 악취 원인 제거에 1개월의 말미를 주겠다고 했다. 폐기물재활용 처리업체 대표들도 수긍했다.

 

식사시간에는 막걸리도 한 잔씩 하며 의견을 교환했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환경감시단 발족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자칫 소란스러워질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성숙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첫 만남을 건설적이고 바람직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불합리하고 불편한 일에 공권력이 미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록마을 주민들은 고민 끝에 직접 환경감시단을 발족시키기로 결정하고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노란색 조끼에는 힘이 실렸다. 시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동은 더 가치가 있다. 행동은 말보다 힘이 센 법이다. 1개월 후 악취는 약속대로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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