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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5]
리더십, 집중할 것인가 분산할 것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4/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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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 삼봉 정도전은 젊었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요순시대와 같은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할 수는 없을까? 왕은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할까? 그는 학문을 연마하고 세상을 살피면서 모든 게 민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라는 것이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왕도 백성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본주의(民本主義)가 그의 사상이 됐다. 그런데 만일 왕이 시원찮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왕도 갈아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정도전의 고민이 깊어졌다. 왕을 갈아치우는 혁명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왕을 수시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왕의 지위가 안정돼야 나라가 영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무능한 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는 왕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왕이 될 사람을 일찍이 가려서 역량을 기르고 도덕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왕도정치이다. 

 

둘째는 아무리 왕이 왕도를 갖춘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왕이 혼자 통치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왕은 훌륭한 재상을 발탁해 나라 살림은 그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왕은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실권은 재상이 가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정도전은 그렇게 하여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왕조를 건국하고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의 초석을 만들어 나갔다. 태조 3년인 1394년에는 그의 정치철학을 담은 조선경국전을 지어 이성계에게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 건국의 또 다른 공신인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은 정도전의 이러한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며, 명분은 그럴듯해도 정도전 자신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속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방원은 결국 이복동생인 방석을 태조의 후계자를 삼으려 하는 정도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정도전을 제거하고 그가 권력을 장악한다. 

 

하지만, 이방원이 왕으로서 역할을 하다 보니 정도전이 고민했던 문제는 곧 자신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나라는 영속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정도전은 영원히 매장시키고 싶었지만, 사상으로서 정도전은 계속 살려 나가고 싶었다. 왕도정치와 시스템 정치는 그 후 조선왕조의 근간이 되었다. 정도전의 통치 청사진인 ‘조선경국전’은 그 후에도 꾸준히 보완되어  91년이 지난 1485년(성종 16년) ‘경국대전’으로 완성된다. 

 

권력 집중과 일인 통치에 대한 고민은 정도전의 고민만이 아니었고, 조선의 문제만도 아니었다. 이는 동서양을 불문한 모든 나라의 고민이었다. 결국 서양에서는 삼권분립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삼권분립 이론을 완성한 사람은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몽테스키외(Montesquieu)였다. 그는 사변적인 사상가가 아니라 철저한 실증주의자였다. 그는 여러 나라의 정치시스템과 사회상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20년의 탐구를 통해 그가 얻은 결론은 인간에게는 자유가 최선인데 그 자유를 누리려면 권력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보호를 해주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권력을 가진 모든 자는 그 권력을 남용하려 하고, 권력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이를 행사하려 한다”라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것이 삼권분립이다. 정치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분립해야 하며, 이처럼 권력들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때 시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의 형태는 문화적, 상황적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삼권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몽테스퀴외는 이런 생각을 ‘법의 정신’으로 출간했으며,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보다 354년 뒤의 일이다.

 

정도전이나 몽테스키외가 고민한 권력의 분산 문제는 여전히 현실의 문제로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시민과 소통하지 않고 독단을 부린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국회는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야단이다. 기업도, 학교도,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몽테스키외와 수많은 사상가가 갈파했듯이 권력은 썩게 마련이고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고 하더라도 혼자 감당하면 안 된다. 리더십도 분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 최고경영자가 한사람이 아니다. 최고경영자를 영어로 Chief Executive Officer(CEO)라고 하는데, 최고라고 하는 이 Chief이 여러 명이다. 운영최고경영자(COO), 재무최고경영자(CFO), 기술최고경영자(CTO) 등으로 말이다. 이는 각 분야의 최고책임자라는 뜻도 있지만, 조직의 최고경영집단의 일원이라는 의미가 크다. 리더십도 분산되고 또 통합되어야 한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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