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2]
당신은 어떻게 긍정 스위치를 켜는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7/31 [08:3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이 과장은 외부 모임에서 회사 부사장을 만났다. 부사장은 이 과장이 오래전에 상사로 모시고 가깝게 지내던 분인데 최근에 연락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그런 자리에서 뵈니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보자마자 부사장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과장, 요즘 열심히 일한다며, 쉬어가며 해!”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이 과장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핏 듣기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 같기도 한데 생각할수록 뭔가 자신을 나무란 것 같은 것이다.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신 팀장은 이 과장보다 심각한 고민이 있다. 사장님이 회의 때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요즘 홈페이지 조회 수도 올라갔고, 광고에 대한 반응도 좋고 또 신입사원 지원율도 높아진 점을 조목조목 언급해주셨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상한 말을 날린 것이다. “지도력을 좀 갖추면 좋겠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보에 예민하다. 10개 칭찬을 받아도 1개 야단을 맞으면 그게 가슴에 걸린다. 애매하게 이야기하면 자꾸 부정적으로 해석이 된다. 10만원을 얻는 기쁨은 조금인데 10만원을 잃는 아쉬움은 매우 크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부정성 편향, 또는 부정성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결혼한 부부들을 관찰해 보면, 서로 잘해주는 부부가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잘못을 안 하는 부부가 오래도록 잘 지낸다. 남편이 선물도 자주 사주고, 여행도 같이 가고, 친절하게 대화도 나누고 해도 한번 폭언을 하면 잘한 것은 물거품이 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본값이다. 그런데 잘못한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다 보면, 부정성 편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은 흠집이라도 있으면 엄청 큰 뉴스가 된다.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매스컴 뉴스에도 부정적인 뉴스로 꽉 차 있다. 뉴스만 보고 있으면 세상이 다 썩은 것 같고, 사람들이 다 부도덕한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부정적인데 예민하고, 부정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판단할까? 이건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야생에서 벗어나 문명 생활을 한 것이 기껏 1만 년 정도밖에 안 된다. 오랫동안 야생에서 살았으며 거기서 얻은 생존 전략이 오늘날에도 인간의 본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생이라고 생각해 보자. 조금 더 맛있는 열매를 발견하고, 조금 더 맛있는 동물을 포획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독버섯을 피해야 하고, 맹수에 노출되면 안 된다. 그것은 한 번으로 생명이 끝장나는 일이다. ‘단 한 번’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 믿지 말아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생존해서 종족을 번식했고 그 종족이 우리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야생의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 이질적인 것도 받아들여야 하고, 안 먹어 본 것도 먹어 보아야 하고, 안 해본 일도 해보아야 한다. 생존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이 중요하고 창조가 필요하다. 부정성 편향은 이것을 방해한다. 대신 긍정성이 도전을 부추기고, 학습을 밀어주고, 창조를 싹트게 한다. 미시간 대학의 바버라 프레드릭슨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긍정적 정서가 ‘확장과 구축’을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부정성 편향 때문에 가만있으면 부정 정서에 사로잡히게 된다. 일부러 긍정 스위치를 켜야 한다. 특히 리더는 말이다. 그래야, 미래 비전을 설정할 수 있고, 직원들의 장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긍정 스위치를 켤 것인가?

 

나름대로 스위치를 만드는 것이 좋다. 천호식품의 전 회장 김영식 씨는 아침에 기상하여 세면을 하면서 거울 앞에서 외친다. “넌 참 멋져!” 하고 말이다. 이게 그의 긍정 스위치이다. 앰배서더 호텔 사장을 지낸 권대욱 씨는 회사에 출근하면서 회사 정문에서 회사에 대해 경례를 붙인다. 그때부터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필자는 아침 출근할 때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는 순간 긍정 스위치가 올라간다. 유학 시절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차를 타기 때문이다. 가난했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젊었을 때의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 상상 속에서 말이다. 그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요즘은 그보다 스위치가 일찍 켜진다. 두 돌짜리 손자 녀석이 6시면 눈을 뜨고 할아버지를 찾는다. 그 녀석과 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긍정 스위치가 올라가는 시각이다. 공장의 기계를 구동하는 스위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철커덕 소리를 내며 긍정 스위치가 올라간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