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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04]
정신질환, 편견이라는 큰 산을 넘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8/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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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희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화성신문

최근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기사들 중 하나는 ‘묻지마 사건’이다. 주로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강제로라도 치료를 해야 하고 강제입원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에서는 사법입원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강제치료를 한다는 것은 생소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주와 자유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강제로 치료를 하고 격리를 한다니 매우 이례적인 것 아닌가? 사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서 치료 과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치료시키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치료를 하겠다고 한다.

 

정신질환은 병의 특성상 생각의 왜곡이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럴 경우 폭력성이 나타날 수 있고 자해나 타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급성기의 정신질환에서 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언론, 정부를 비롯한 사회가 어떤 특정한 인구집단에 대한 강제성을 언급할 때는 조심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여러 차례 벌어진 묻지마 범죄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고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신질환=폭력”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로 폭력적이고 난폭한 정신질환자는 대다수가 아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이다. 폭력성이 없고 위축된 채로 어렵게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대다수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앞으로도 묻지마 폭력사건은 계속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총기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신질환=폭력’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당장에 정신질환에 대해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중 일부는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나마 사회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정신질환자들이 겪을 심리적 위축감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 자신을 폭력배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은 하루 이틀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묵혀 온 문화적 현상이다. 균형 있는 정책이나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조현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심한 정신질환의 유병률은 1%이다. 10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병의 발병은 막을 수 없다치더라도 병의 악화는 막을 수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주로 발병하는 조현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고 회복을 도우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건강한 시민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를 받기 위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야 한다.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는 것,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 나도 정신질환이 걸릴 수 있고 나의 가족, 나의 친지도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badwork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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