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05]
다르게 생각하라,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9/04 [08:4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화성신문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하라’라는 말은 창의성 교육의 대명사처럼 활용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교육 현장에서도 가정교육에서도 ‘다르게 생각하기’를 금과옥조처럼 중히 여기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로 잘 알려져 있다. 스티브 잡스는 전화 기능 위주이던 휴대전화(cellular phone)를 전화 기능과 컴퓨팅 기능을 하나의 장치로 결합한 휴대전화(smart phone)로 전환시킴으로써 애플(Apple) 신화를 창조했다. 그 외에도 ‘다르게 생각하기’를 실천하여 인간의 삶을 바꾼 다양한 산물을 창출했다. 이에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something different)’는 말을 제1순위의 행동법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날 교육학 전공 교수님이 “think different가 창의적 사고에 크게 기여했지만,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있다. ‘뭔가 같은 것을 생각하라(think something same)’는 말을 죽여 버렸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경쟁시대에 남과 같은 생각으로 경쟁에서 차별화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10살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말에서 ‘뭔가 같은 것을 생각하라(think something same)’는 말의 중요성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 아이는 엄마가 말할 때마다 또박또박 말대꾸를 했다고 한다. 말대꾸를 나무라고 싶었지만, 아이의 논리적인 말에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다고. 한 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너는 엄마가 하는 말을 하나같이 듣지 않고 모든 걸 반대하면서 얘기하니?”라고 하자 아이는, “엄마가 항상 다르게 생각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다르게 생각한 것을 말했는데, 왜 그래?” 그 말에 엄마는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다르게 생각하라고 교육해 놓고 정작 아이가 다르게 생각하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화를 내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와 ‘같은 생각하기(think same)’를 반대되는 용어로 생각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하나를 수용하면 다른 하나는 배척되는 경향성이 있다. ‘다르게 생각하기’가 창의성과 관련하여 너무나 부각되었기에 ‘같은 생각하기’는 소홀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기’와 ‘같은 생각하기’는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호 연결되는 하나의 동일체이다.

 

위 예의 어머니는 자녀에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교육을 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다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종전의 생각에 구속되어 있다. 만일 자녀의 다른 생각을 수용하여 같은 생각을 하였다면, 어머니는 자녀의 생각을 말대꾸로 받아들여 버릇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격려했을 것이다. 이처럼 ‘다르게 생각하기’와 ‘같은 생각하기’는 항상 연결·동반되어 있다. 새로운 상품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상품과 다르게 생각하여 새 상품을 만들더라도 그 상품은 소비자의 요구와 일치되는 같은 생각이 반영되어야 가치롭다. 소비자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다르게 생각해도 소용이 없다. 이제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뿐 아니라 ‘같은 생각하기(think same)’도 함께 활용하면 어떨까? 

 

박영태 교수의 생각자석(Think Magnet)에 의하면 동일한 사물을 정확히 알려면 앞뒤·좌우·위아래·안팎·과거와 미래의 5가지 차원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이 5가지 차원을 동시에 파악할 수 없으므로 ‘다르게 생각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이 모든 차원들은 동일한 존재의 다양한 측면들이므로 동일한 존재에 대한 ‘같은 생각하기’가 필요하다.

 

추우면 따뜻한 옷을 입고, 더우면 시원한 옷을 입어야 하듯 조건에 따라 요구되는 행동은 달라진다. 그러나 자신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자녀교육은 부모의 교육관, 자녀의 희망, 사회의 요구 등이 얽힌 복잡한 일이다. 다양한 조건의 결합은 더 복잡한 조건을 만들어 다양한 생각을 반드시 요구하게 된다. 다양한 생각은 부모와 자녀의 건전한 발달과 행복이라는 동일성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행복을 위한다는 마음은 ‘같게 생각’하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식물의 뿌리와 같다. 뿌리가 망가지면 식물은 존재할 수 없듯이 부모-자녀 간에 같은 생각이 없다면 올바른 자녀교육은 기대할 수 없다. 

 

syhaaa@hanmail.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