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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07]
뉴 노멀이 된 워킹 시니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9/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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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락천 (주)동부케어 대표이사/온맘터치협동조합 이사장     ©화성신문

올해는 유난히 무덥고, 장마도 길게 느껴진다. 장마와 태풍 극한호우로 인해 여기저기서 가슴 아픈 소식도 있었다. 극한호우란 말도 처음 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가 넘으면 극한호우다. 기상 전문가들은 비가 순식간에 왕창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뉴 노멀, 곧 새로운 일상이 될 걸로 예측한다. 그 뒤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적대다간 언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워킹맘에 이어 워킹 시니어, 곧 일하는 노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643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34만 3000명이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말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선을 넘어섰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일하는 사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0세 이상 고령자란 뜻이다.

 

나이별 비중을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대, 30대 취업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머잖아 40대, 50대도 추월할 기세다. 이유는 말 안 해도 다 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대거 은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 베이비부머들은 말 그대로 ‘신인류’다. 수백만 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나라 전체가 들썩거린다. 가수 임영웅, 김호중을 향한 트로트 열풍을 베이비붐 세대의 열정이 빚은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기적 같은 산업화, 민주화로 잘 사는 나라를 일군 주역이다. 제1의 인생이 끝났다고 집에 눌러앉을 사람들이 아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 제2인생을 준비한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고령층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고령층 고용률 상승 요인 분석’이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이 증가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녀의 사적 이전 감소를 꼽았다. 사적(私的) 이전은 국민연금 등 공적(公的) 이전과 대비된다. 요컨대 자녀들이 부모에게 주는 용돈 등 지원금을 말한다.

 

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이 자녀로부터 받는 지원은 2008년 연간 250만원에서 2020년 200만원으로 줄었다. 지원을 받는 비율도 2010년대 초중반 약 80%에서 2020년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녀로부터 지원이 줄면 스스로 직접 돈을 벌어 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음을 얻었다. 필자가 “죽을 때까지 자식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인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요즘엔 부모 부양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젊은이가 없으니 괜한 걱정 말라는 것이다. 하긴 요새 젊은층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원을 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부모다. 젊은이들은 이미 효도를 할 만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예전의 사적 이전이 공적 이전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노인 건강 측면에서도 일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노인 정신과 의사인 와다 히데키는 “언제까지나 현역 직업인으로 생활한다는 자세가 노화를 늦추고 긴 만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철학자 김형석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이 건강의 비결이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편”이라고 회고한다(‘백년을 살아보니’).

 

극한호우는 뉴 노멀이다. 마찬가지로 저출생·고령화가 부른 일하는 노인, 역시 뉴 노멀이다. 선제 대응이 상책이다. 고용노동부는 연초 업무보고에서 계속고용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도입한 계속고용제는 정년을 맞은 직원을 퇴직시키지 않거나 퇴직 후 재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정년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 평균 나이는 46.8세다. 오는 2035년엔 평균 나이가 50세에 이를 전망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고령층으로 보충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부가 계속고용제 도입에 좀 더 속도를 내기 바란다. 이런 게 진짜 노동개혁이다.

 

다만 계속고용제는 부분적으로 청년 일자리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2013년 국회는 정년을 60세로 높였다. 이때 임금피크제 의무화 장치를 두지 않는 바람에 청년들이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가 크게 겹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고용제를 추진하되 먼저 청년층의 이해를 구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한다.

 

dongbuc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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