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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09]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어요”소록도 할매 천사, 마가렛 피사렉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10/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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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원 청운대학교 문화예술경영마이스학과 외래교수     ©화성신문

매일 아침 주요 기사의 제목을 읽는 것이 대체로 일상의 시작이다. 

 

기사 검색에 들어가면서 늘 오늘은 좋은 소식, 기쁜 기사가 있기를 순간 강한 기대를 갖고 접근한다. 

 

폭우, 댐 붕괴, 화산 폭발, 흉기 난동..., 이러한 단어가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뿐인가, 핵무기, 미사일, 드론. 탱크는 또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을, 인간이 인간에 의한 것들을 파괴하고 파멸시키는 인간에 의한 무기들 얘기도 없기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여기에 허황된 욕심 하나를 더 부린다.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유아적이고 소모적이며 비생산적이고 퇴보적이고 아이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정치인들의 고함과 막말들이 기사 제목에 없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기대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날마다 순간순간 쏟아지는 소식들은이러한 기대를 일순간에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너무나도 엄청난 자연재해, 전쟁, 여타의 사고들은 작은 가슴에 너무나도 크게 울리는 통증이 아닐 수 없다. 

 

생(生)이란 짧은 기간 지구에 빌붙어 먹을거리를 얻으며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일진대 무슨 증오가 그리도 많은가, 이왕에 태어난 것,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가, 이왕에 사는 것,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면 그 아니 좋겠는가,

 

우리는 어쩌다 좋은 소식을 접하면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쩌다 말이다. 

 

드물기는 해도 가끔 따듯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어느 예술가의 생가를 복원하여 그 예술혼이 길이 전해지게 해 달라고 수억 원을 익명으로 기부하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의 보탬에 써 달라고 어렵게 살며 모은 돈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손길도 있고,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물이나 불 속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한 소식도 있다.

 

 소록도에서 평생 한센인들을 돌보다 고향 오스트리아로 귀국해 최근 생을 마감한 수녀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소식은 가슴을 뭉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가렛 피사렉 수녀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1966년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 4년 기한으로 파견됐다. 그러나 그녀는 돌아가지 않고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을 돌보며 2005년 고향으로 귀국할 때까지 39년 동안 한센인과 그 자녀들을 위해 고국 오스트리아 지인의 지원을 받아 영아원을 건립, 운영하는 등 숭고한 인생을 바쳤다. 나이가 들고 건강이 좋지 않아 고국으로 돌아갈 때에도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소록도를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이뿐인가. 고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주검을 의학 연구를 위해 의대에 기부하게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시리고 아프도록 감동적이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 머나먼 미지의 동쪽 나라 한국에 와서 평생을 소록도병원에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돌보며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가 마지막 자신의 주검까지 연구를 위해 바치는 살신, 헌신을 이 소인이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마가렛 씨보다 먼저 소록도에 와서 40년 넘게 소록도병원에서 마가렛 씨와 함께 한센인들을 돌보다 함께 귀국한 마리안느 씨도 마가렛 씨만큼 살신과 헌신적인 삶을 보내고 돌아갔다.

 

1959년 소록도에는 5명의 의사와 6천여명의 한센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5명의 의사가 이 많은 환자들을 어떻게 돌봤는지, 그 고생스러움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의료 장비, 간호 인력 등 그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당시에 마리안느, 마가렛 씨의 헌신은 아프도록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이다. 물론 함께 일한 의사분들께도 같은 마음이다. 

 

이미 영면하신 마가렛 피사렉 씨의 명복과 마리안느 씨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며 감사드린다. 

 

contle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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