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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1] 리더가 되는 것,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4/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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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은 리더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는 백성이 근본이라는 성리학 가르침의 신봉자였다. 왕은 국가에 의지하는 것이고, 국가는 백성에 의지하는 것이고, 따라서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며 왕의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왕이 신권(神權)을 갖는다는 생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왕국에서는 왕의 아들이 어쩔 수 없이 왕위를 계승하게 되는데 왕의 아들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닐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정도전은 일단 왕이 도(道)를 갖출 수 있도록 왕의 재목이 되는 사람들을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왕이 된 후에도 왕이 신하들과 학문을 닦도록 제도화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왕은 능력 있는 신하들을 등용하여 실질적인 국정은 신하들에게 맡기는 신권(臣權)정치를 구상하였다. 대신, 신하는 과거제도를 통해 철저히 능력주의로 등용하고 말이다.

 

정도전의 시대에는 ‘리더가 된다는 사실’과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컸었다, 왕위는 세습되었으니 좋은 자질을 가진 리더가 왕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시대가 엄청 바뀌었지만, 정도전이 문제 삼았던 그 괴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기업에서는 재벌 2세, 3세가 경영권을 승계하고, 또 중소기업에서는 창업자 자녀가 사장 자리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후계자들이 실력으로 조직을 성공시켜온 창업자들처럼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사회 지도자를 선출한다. 이는 왕조나 가족주의 기업경영과는 달리 리더를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열린 방식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선거에 당선되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 되는 것 하고, 그 후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선거라는 과정이 좋은 인물을 고를 수 있는 합리적인 과정이 아니라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수도 있고, 또 갑작스런 어떤 바람에 휩쓸릴 수도 있다. 설혹 좋은 인물이 선출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 선출직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를 골라낼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골라진 사람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까? 

 

에디슨이 창업한 기업, GE에서는 ‘리더십 파이프라인(leadership pipeline)’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였다. 리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더를 육성하는 장치와 과정을 설계한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는 ‘과거지향적인 시각’으로 선발되는 경향이 있다. 

 

즉, 지금까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승진을 시키고 발탁을 하는 것 말이다. 여기에는 과거에 일을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축구선수가 선수로서 실력을 잘 발휘했으니 감독으로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탁하는 것 말이다. GE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는 이런 전제를 거부하고 있다.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는 현재의 직무에서 실력을 쌓고, 리더십을 조금씩 높여가는 ‘향상 리더십’과 어느 순간 점프를 하거나 전환을 하여 좀 더 크고 새로운 일을 하는 ‘전환 리더십’으로 구분하고 있다. 바로 이 전환 리더십이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각 직급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정의하고 그리고 사원들에게는 미리 미리 상위 리더십의 자질을 습득하게 하여 평소에 회사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꽉 채워두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장치와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라는 자리와 리더십이라는 행위를 혼돈하지 않는 것이다. 사장이라는 자리와 사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사장이 되었다고 해서 다 사장 역할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반대로 사장이 아니라고 해서 사장 역할을 전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자리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리 자체가 목표가 되는 사회는 봉건적 사회이고, 발전이 없는 사회이다. 자리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사람이 차지하면 다른 사람은 놓치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은 공유할 수 있고, 나눌 수도 있다. 그래서 플러스섬이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섬이 될 수도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의원들은 이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낙선된 사람들은 나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까 고민해야 한다. 리더십은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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