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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55]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무엇을 먼저 전하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6/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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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중 2인 창수는 중간고사 결과를 아빠에게 알리면서 야단을 많이 맞았다. 성적이 좋은 수학과 과학을 먼저 이야기하고, 성적이 나쁜 국어와 영어를 나중에 이야기했었다. 수학은 90점, 과학은 85점이었는데 국어는 65점, 영어는 50점이었다. 아빠는 시험 잘 본 수학과 과학은 기본이라고 생각했고, 점수 낮은 국어와 영어를 문제 삼았다.

 

기말고사 때도 성적은 비슷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빠에게 성적을 알리는 방법을 바꿔 보았다. 낮은 점수를 먼저 이야기하고, 높은 점수를 나중에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빠는 “열심히 하라”고만 이야기하시는 것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시에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소식을 먼저 전하는 게 좋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안젤라 레그(Angela Legg)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서, 121명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 어떤 소식을 먼저 전해주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좋은 소식을 먼저 알리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54%였고, 나쁜 소식을 먼저 알리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46%였다. 좋은 소식을 먼저 알리겠다는 사람이 약간 더 많았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당신이 보고하는 입장이 아니라 듣는 입장이라면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중에 어떤 것을 먼저 듣고 싶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번에는 78%가 ‘나쁜 소식을 먼저 듣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듣는 사람이 된다면, 나쁜 소식부터 듣고 싶은 성향이 뚜렷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왜일까?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나쁜 소식을 먼저 들어서 얻어맞을 것을 얻어맞으면 그다음에는 좋아질 일밖에 없으니 결과적으로는 조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좋은 소식을 먼저 듣고 나중에 나쁜 소식을 들으면 결과적으로 나쁜 소식이 오래 남게 된다.

 

우리가 이야기를 전할 때는 ‘나 중심’이 아니라 ‘상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입장이라면, 좋은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게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를 길게 강하게 하면, 기쁜 것이 아니라 또 어떤 나쁜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좋은 이야기로 사탕발림을 하나 하고 불안해 하게 된다. 빨리 나쁜 소식을 털어내고 조금이라고 감정을 만회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이렇게(A) 하면 안 된다.

 

A: “최근 중동에서 새로운 주문이 몰려와서 금년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일 야근을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상사는 회사가 잘 되고 있는데 직원들이 엉뚱하게 트집을 잡고 있다고 언짢아할 것이다. 이를 바꾸어서 B처럼 이야기하면 어떨까?

 

B: “직원들이 연일 야근을 하다보니 불만이 많습니다. 그런데 중동에서 새로운 주문이 들어와 금년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으면 일단 기분이 앞의 보고보다는 좋아진다. 그래서 아마도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특별 수당이라고 주라고 할 수 있다.

 

부하에게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네는 빨리하는 것은 좋은데 실수가 많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순서를 바꾸어서 “자네는 실수가 잦지만 빨리해서 좋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후자가 서로 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동료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전에 부탁한 것은 곧 처리해 줄 텐데, 오늘 모임엔 가기 어렵겠어”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아님, “오늘 저녁 모임은 아무래도 참석이 어려워. 근데 지난번 부탁한 건 곧 처리해 줄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요는 앞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마무리를 지으면 효과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고, 상대와의 관계도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법을 쓴다면, 어쩔 수 없이 전해야 하는 나쁜 소식도 조금이나마 편하게 전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상대가 불편할까 봐 나쁜 소식을 숨기거나 최대한 미루다가 알려준다. 그런데 그럴 경우 상대는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물질적인 피해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아니 그 이야기를 왜 인제 해 줘?”하며서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쁜 소식은 먼저 전할 뿐 아니라 빨리 전하는 게 좋다. 좋은 소식을 연이어서 함께 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빨라도 좋은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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