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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96]
마약 중독자를 치유하는 공동체의 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2/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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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프랑스의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우던 베트남이 공산화할 위기에 처하자 미국이 개입하였다. 미소 간 냉전 체제 하에서 베트남이 공산국가가 되면 이는 도미노처럼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1965년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였으나 전쟁은 쉽게 전개되지 않았다. 군사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현지에서 미군은 대혼란을 겪고 있었다. 공산주의 세력이 남베트남에서 게릴라 작전을 펴는 바람에 미군은 도대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나 후방에 있는 미국 국민 사이에 “왜 우리가 이국땅에서 목숨을 내놓고 이런 전쟁을 치러야 하느냐? ‘라는 회의론이 팽배하였다.

 

1971년 5월 베트남을 방문하고 귀국한 미국 국회의원의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베트남 참전 미군 병사들이 헤로인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헤로인 중독자가 베트남 미군의 15% 정도나 될 거라고 했다. 군기가 생명인 군대에서, 그것도 전쟁 중인 전방에서 마약 중에서도 중독성이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진 헤로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미군의 멘탈이 붕괴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식을 접한 닉슨 정부는 즉각 ‘마약남용예방 특별조치국’을 설치하고,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으로 귀국하는 모든 병사에게 약물검사를 실시하였고, 양성반응이 나온 병사는 귀국 전 재활치료를 받도록 했다. 소위 골든 플로 작전(Operation Golden Flow)이 시행된 것이다. 미국 대륙이 약물로 오염되는 것을 막겠다는 강력처방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헤로인 중독자가 완치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마약 중독자가 치료 후 재발률이 90%에 이르고 있었다.

 

심리학자 리 로빈스(Lee Robins)는 ‘마약남용예방 특별조치국’의 의뢰를 받아 이 문제를 연구했다. 재활치료를 받고 귀국한 헤로인 중독 미군 병사가 다시 헤로인에 빠지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1년 안에 헤로인을 다시 하게 되는 비율은 놀랍게도 5%에 불과했다. 90% 대 5%, 믿기 어려운 숫자였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은 가족의 힘이었고, 친구의 힘이었고, 공동체의 힘이었다.

 

중독은 개인의 문제이고 개인의 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 관계의 문제이다. 관계가 무너졌을 때 마약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관계가 돈독해졌을 때 마약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다.

 

중독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쥐를 실험실 공간에 넣고 헤로인을 맛보게 했다. 레버를 칠 때마다 헤로인이 나오게 한 것이다. 쥐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수시로 레버를 눌러 헤로인을 즐겼다. 결과는 당연히 중독이었다. 그런데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Bruce Alexander) 교수는 좀 다른 생각을 했다. 쥐들에게 다른 생활 환경을 제공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쥐를 한 마리씩 좁은 우리에 넣고 실험했다. 그는 쥐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일반 실험실 우리보다 200배 넓은 공원을 만들고 여러 마리 쥐가 공동체 생활을 하게 하고 일반 실험실 쥐와 비교했다. 1977년에 실시된 쥐 공원 실험이 그것이다. 

 

쥐들에게 모르핀이 들어 있는 액체와 모르핀이 없는 액체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쥐는 공원에서 생활하는 쥐보다 모르핀을 19배나 소비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귀중한 사실을 알아냈다. 사회적 삶을 누리고 있는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고립’이 큰 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은 그들의 공동체를 벗어나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갇힌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의 고립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약물 의존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귀국 후 본연의 공동체 생활을 누리게 된 그들은 약물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가 등장한 2020년 초부터 우리 국민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국민의 평균 우울 지수가 2배로 증가했고, 위험 수준에 이른 사람의 비율이 5배로 늘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도 2배가 되었다. 정신방역이 시급해졌다는 이야기다.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문화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 반드시 농도 깊은 관계일 필요가 없다. 가볍게 인사하는 사이도 큰 힘을 준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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