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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99]
아이디어 회의와 의사결정 회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3/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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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가구를 제조하는 선 팀장은 팀원들끼리 하는 회의가 부담스럽다. 선 팀장은 무슨 일이든지 팀원들하고 의논하여 결정하고 싶은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편한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다툼이 심하다.

 

한번은 안전에 대해 회의를 하였는데, 팀원 한 명이 공구의 정리 정돈 문제를 꺼냈다. 그랬더니 “누가 정리 정돈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느냐?” “바쁘니까 나중에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니냐!” 하면서 서로 다툼이 일어나 다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팀원들이 평소에 그리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회의 때만 되면 서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운다.

 

고민 끝에 선 팀장은 의사결정 회의와 아이디어 회의를 분리하여 진행해 보았다. 선 팀장은 아이디어 회의를 소집했다. 처음부터 이 회의는 아이디어 회의라고 선언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아이디어만 모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어 회의에 단 한 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키자고 부탁했다. “절대 남의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 하나였다.

 

회의 주제는 ‘안전’이었다. 최근에 작은 사고지만 안전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아이디어만 서로 내놓자고 이야기했다. 공구 정리 이야기도 다시 나왔고, 공간 배치를 다시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으며, 일 시작할 때 안전 구호를 외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다가 커피 이야기가 나왔다. 작업 중에는 커피를 마시지 말자는 제안을 누가 했다. 그랬더니 커피를 즐기는 한 팀원이 아이디어 회의의 규칙을 깨고 남의 의견에 비판하기 시작했다. 선 팀장은 그날 회의를 즉시 중단했다. 그날 아이디어 회의는 거기까지였다. 그때까지 나온 아이디어 중에서도 좋은 게 많았다.

 

다음날 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주제는 안전이었고, 그날은 결정하는 회의였다. 선 팀장은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번호를 붙여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이 중에서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두 개씩 선정하라고 했다. 토의 없이 각자 두 개씩 선정하여 표시했다. 그렇게 하여 가장 표를 많이 받은 두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첫째는 아침에 일 시작하기 전에 안전 구호를 외치는 것이고, 둘째는 공구는 항상 제자리에 두기였다. 

 

아이디어 회의에 재미를 붙인 선 팀장은 다른 주제를 가지고도 아이디어 회의를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좀 어려운 주제였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침대를 고객들 취향에 맞게 고급화하는 것으로 했다. 규칙은 이전과 같이 “남의 아이디어를 절대 비판하지 않는다.”로 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두 가지 새로운 방법을 추가했다. 첫째는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이디어를 분류하는 것이었다.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를 10개씩 쓰라고 했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포스트잇 한 장에 썼다. 침대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쓰게 했다. 하지만, 10개를 다 쓰는 것을 버거워했다. 한 사람은 15개를 썼지만, 다른 네 사람은 10개를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모두 합하여 5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말이다. 각자 쓴 아이디어를 화이트보드에 붙이면서 비슷한 것끼리 모았다. 비슷한 것을 모아 보니 크게 4개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목재 재질에 대한 것, 디자인에 대한 것, 침대 사이즈에 대한 것, 그리고 온랭 기능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디어 대부분은 디자인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온랭 기능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에 이야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겨울엔 침대 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하는 기능을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는 적극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선 팀장은 이렇게 회의를 운영하면서 회의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과거에는 회의는 결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정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디어 모으기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분리함으로써 사실 의사결정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 그리고 팀원들의 사기도 좋아졌고, 팀원들이 싸울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는 선 팀장만 아이디어 회의를 소집하는 게 아니다. 팀원들이 아무나 아이디어 회의를 소집한다. 주제도 각양각색이다. 토라진 여자 친구 달래주기에서부터 자녀 교육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져 주기만 하면 당사자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는 광고 전문가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이 1930년에 개발한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법이다. 이 얼마나 쉽고 멋진 회의 방법인가.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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