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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0]
리더십 로맨스를 경계한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3/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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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우리나라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채 1%도 안 되는 0.73%포인트 차이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승자가 되었다.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두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지지자들을 끝까지 가슴 조이게 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스타일이 다르고 정책이 다르고, 의존하는 인력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어디 나라의 대통령만 그렇겠는가. 기업의 CEO도 그렇고, 대학의 총장도 그렇다. 기업에서는 CEO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주가가 출렁거린다. 대학은 총장의 인물 됨됨이에 따라 입학시험 경쟁률이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리더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할까? 리더십이 기업의 성과에, 그리고  나라의 성공에 그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할까? 사실 우리는 리더가 중요하다는 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잭 웰치가 없는 GE는? 그리고 일런 머스크가 없는 테슬라는? 이병철 씨가 없는 삼성과 정주영 씨가 없는 현대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열정과 혜안과 실적은 리더십이 ‘결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리더십과 경영성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곤혹스러워한다. 리더십과 경영성과 간의 관계가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리더십이 경영성과를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10% 이상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연구도 많다. 조직 연구가 중 명성이 높은 제임스 마치(James March)와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리더십 효과는 과장되어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을 ‘리더십 무관론(Leadership Irrelevance Theory)이라고 한다. 리더십은 경영성과에 무관하다는 것이다.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려면, 리더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야 하는데 현실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 리더라는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푸념하는 경우가 많다. 뭐 좀 해 보려고 하면, 국가 정책에 걸리고, 재단의 태도에 부딪히고, 교수들의 무관심에 막히고, 아니면 예산에 갇히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거 저런 거 경험하다 보면, 4년 임기가 다 지나간다고 사석에서들 이야기한다. 기업의 CEO는 대학 총장보다 좀 나을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지켜본 비즈니스 리더들도 사실 ‘무기력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고 말이다.

 

리더십은 실질적인 힘이고 실질적인 실행 주체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관념적인 대상이고 상징적인 존재이다. 나라마다 리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을 보면 그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아시아권의 나라들에서는 러더십을 매우 중시하고 리더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스위스나 네덜란드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어떤 장(長)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프랑스에 가면 거리마다 영웅들의 동상과 이름이 가득하다. 그런데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가면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사회가 수평적이다. 리더도 그냥 멤버의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리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나라다. 너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나라가 아닐까? 리더십 효과를 과장해서 생각하고, 너무 이상적인 리더만 생각하고, 리더의 잘못이나 부족함에 대해 수용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일이 잘못되면 너무 쉽게 그 원인을 리더에게 돌리고, 리더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런 현상을 ‘리더십 로맨스(Romance of Leadership)’라 부르기도 한다.

 

좀 더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좀 더 시스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다양한 요인이 다각적으로 얽혀 있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도 대부분은 관행이고 시스템이다. 리더십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조직에 참여한 사람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있는 리더일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 로맨스는 시야를 너무 좁히고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리더십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전지전능한 리더가 있을 수 없듯이, 조금도 할 수 없는 구성원도 없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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