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1]
감투를 벗어도 남아 있는 힘이 있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3/21 [08:4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몰리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사람들 보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는 사람의 심리를 묘사한 말이다. 사실 세태가 그렇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결혼시킬 때하고, 퇴직 후 결혼시킬 때하고는 천양지차다. 하객들이 때에 따라서는 반도 안 오고 그만큼 축의금도 준다. 

 

H 씨는 회사 이사로 근무할 때 은행에서 권유해서 2천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은퇴 후에 만기를 연장하려고 하니 해 주질 않는다. 그만큼 신용 등급이 떨어진 것이다. 직장이 있을 때는 대출 받으라는 권유도 많이 받지만, 직장을 나서면 금방 대우가 달라진다.

 

직장이 번듯하고 또 거기서도 감투가 있으면, 사람대접이 다르다. 어딜 가더라도 영접이 근사하고 사람들이 인사하는 각도도 크다. 뭐 하나 부탁이라도 하면 반응 속도가 빠르다. 대기업 임원들은 웬만한 소소한 일은 직원들을 시킨다. 전화도 자기가 직접 받지 않고 비서를 시키고, 자동차도 몰지 않는다. 해외여행 갈 때도 모든 것을 회사에서 다 준비해 준다. 심지어는 휴대 전화 앱까지 직원들이 깔아준다. 군 장성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집안 심부름까지 직원들이 해 준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면 큰일이다. 

 

리더십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런데 그 힘이 어디서 나올까? 반 이상은 직위에서 나온다. 조직에서 직위를 가지고 있고 직책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다. 그럼 직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강제력이 있다는 말이다. 시쳇말로 인사권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맡기면 인사권을 달라고 한다. 인사권이 없으면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고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진짜 리더는 직위를 이용해서 사람을 다루지 않는다. 진짜 리더에게 복종하는 것은 직위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 때문이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일까? 프렌치와 레이븐(French & Raven)이라는 학자들은 1950년대 말에 이미 힘(권력)의 원천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가 강제력이고, 둘째는 보상력이고, 셋째는 법적인 힘이고, 넷째는 개인적인 매력이고, 다섯째는 전문성이고, 여섯째는 정보력이다. 

 

조직에서 직위를 갖는다는 것은 법적인 힘이기도 하지만, 강제력과 보상력까지도 아우르는 것이다. 그래서 막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힘은 개인적인 매력과 전문성과 정보에서 나온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다. 전문성과 정보를 강조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리더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인 매력, 전문성, 정보 이것들은 직위와 관련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거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직위에 의한 리더십은 깊이가 없다. 직원들이 겉으로, 피상적으로 따르는 것뿐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힘이 있는 경우 리더십은 깊이를 더해 간다. 사람들이 몰입하고 충성을 하는 것이다.

 

회사의 사장이 사장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움직인다고 하면, 직원들은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될 것이다. 벌을 피하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사장이 단지 사장이 아니고 인간적으로 훌륭하고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가는 사람으로 직원들에게 인정받는다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된다. 우리 사장님이 단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장래를 생각하고 사사로운 배려까지도 해주는 사람이라고 직원들이 인식하게 된다면,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자신 있는 임원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인사권을 더 달라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리더십은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하가 누리고 있는 리더십 효과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라.

 

이 직위를 벗으면 직원들이 나를 얼마나 따라줄까? 내가 사장 자리를 내려놓아도 우리 직원들이 나를 따라줄까?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힘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감투를 벗어도 사람을 이끌 힘이 남아 있을까?

 

고어 사(Gore & Associates)에서는 회사에서 정해놓은 조직도도 없고, 당연히 직책이 없다. 저절로 리더가 되는 사람이 리더일 뿐이다. 이게 미래 사회의 모습이고 민주주의의 참모습일지 모른다. 영어의 리더(leader)라는 말 자체의 어원이 ‘여행하다’ ‘안내하다’라고 한다. 리더십은 처음부터 권력 행사와 궤를 달리한다는 뜻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