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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2]
당신의 의지력은 믿을 수 있는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3/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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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의 사위는 총각 때 담배를 피웠었는데 결혼하면 바로 끊겠다고 딸과 약속을 했다. 그런데 끊긴 했는데 완전히 끊질 못했다. 가끔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다 들키면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담배 끊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그냥 마음먹고 끊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의지력이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P 씨도 의지력이 높은 사람이다. 그는 술자리를 즐겨한다. 술을 많이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2차는 절대 안 간다. 술을 아예 안 마시면 몰라도 마시는 사람이 2차를 딱 끊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의지력이란 자신이 하고자 작정한 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을 말한다. 자제력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자제력은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말하는데 자제력이 있어야 의지력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지력이 약한 사람은 유혹에 잘 빠진다. 숙제를 하고 놀자고 마음먹었는데도 친구가 놀자고 하면, 그 말에 넘어가서 놀고 보는 아이는 의지가 약한 것이다. 반면에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고 숙제부터 하는 아이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인간의 의지력은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재미있는 이론이 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1998년 ‘자아 고갈’ 현상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그의 연구팀이 한 실험은 다음과 같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초콜릿 쿠키 굽는 냄새가 가득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거기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는 접시와 빨간 무가 들어 있는 접시가 있다. 한 그룹은 초콜릿을 먹도록 허용되었다. 그런데 다른 그룹은 무를 먹어야 했다. 

 

참가자들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어려운 퍼즐을 풀게 되어 있었는데, 애초에 풀 수 없게 설계된 퍼즐이었다. 참가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끙끙거리며 퍼즐을 푸는 노력을 했다. 그런데 노력을 기울이다 포기하는 시간이 달랐다. 쿠키를 먹은 사람들은 18.9분이나 버텼다. 그런데 무를 먹은 사람들은 8.35분 정도밖에 못 버텼다. 쿠키 먹은 사람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이 실험 결과에 근거하여 바우마이스터 교수팀은 자아 고갈, 즉 의지력의 고갈 현상을 제시했다. 초콜릿 냄새를 맡으면서 무를 먹는 것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여기다가 자신의 에너지를 써 버린 사람은 퍼즐 풀 에너지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의지력은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시험을 치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난 다음에는 과식하거나 과음을 한다. 그리고 갓 결혼한 부부가 신혼여행 가서 싸우는 경우도 결혼식 치르느라 의지력을 많이 써 버렸기 때문에, 신혼여행 가서는 상대의 불친절한 태도를 받아줄 의지력이 고갈되어 다툰다고 할 수 있다.

 

의지력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면, 이것을 아껴 써야 한다. 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스트레스 받는 일을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큰일에 몰입해야 하고, 맘에 안 드는 일이 거기서 벌어지더라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자아 고갈’ 이론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연구를 재현해 보았더니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자아 고갈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도 그동안 수없이 발표되었는데 그것이 확실하지 않다는 연구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으니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 연구는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또 발전하는 게 아닐까.

 

이런 헷갈리는 상황에 대해 스탠퍼드 대학의 캐롤 드웩(Carol Dwek) 교수는 자신의 마인드셋 이론에 기반하여 멋진 해석을 내놓았다. 사람의 마인드셋이 문제라는 것이다. 의지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고정 마인드셋), 의지력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성장 마인드셋).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우마이스터 이론이 잘 적용된다. 그런데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이 해석도 의미 있는 해석임이 틀림없다.

 

의지력에 대한 논쟁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가? 의지력이라는 게 무한한 자원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의지력은 고갈된다. 그렇다고 의지력이 관리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의지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우면 된다. 유혹을 물리치는 힘도 길러야 하지만, 유혹이 있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내 속에 있는 의지력만 믿지 말고 주변의 힘을 동원해야 한다. 의지력이 아니라 의지력 관리가 핵심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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