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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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앞 유리에
손바닥만한, 둥근 균열이 생겼다.
날아온 돌이 앉았다
다시 튕겨 날아갔을 뿐인데
한 송이 아슬아슬한
꽃을 피워 놓았다
마치 순간의 절지동물이 펼쳐 놓은
실낱같은 저의 뒷일을
촘촘히 엮어놓은 것 같은 균열
매끈한 표면들
그 속에는 저렇게 자잘한
균열의 꽃들 들어있다.
실금들을 뻗어 잡고 있는
동그란 자국
집들이 저마다 무수한 기둥과
서까래들을 갖고 있듯
유리 속에는 숨어있는 실금이 많다.
표면에 쌓인 고요와 침묵들
웬만한 충격에 드러나는 집요한 얽힘들
안쪽과 바깥쪽의 엇갈린 변명처럼
얼굴하나 감춘 모자이크 같은
누가 저 매끄러운 표면을
불안하다고 했나
저것은 버티기 위한 혹은,
와장창 깨어지기 위한
투명의 설계도들이다.
앞서 가던 차에서 돌이 튕겨져 나와 내 차로 날아들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자칫 부분의 쓸모없음이 쓸모 있는 전체를 점령할 뻔했다.
다행히 작은 균열은 잘 버텨주어 침묵으로 끝이 났지만 가끔 작은 것들의 실수로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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