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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2]
나는 못 해도 우리 팀은 잘할 수 있다는 믿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1/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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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여러분은 2024년 새해 시작을 잘하였나요? 금년은 작년보다 일이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한국리서치에서 1월 초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2024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삶이 작년보다 나빠질 것 같다는 응답은 17%였는데 비해, 좋아질 거라는 응답은 44%였다. 이런 바람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은 정반대라는 점이다. 개인의 삶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5%인데 반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46%나 되었다. ‘우리나라는 안 좋아질 것 같지만, 나는 좋아질 것 같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다.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개인이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단은 물론 개인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잘하는 사람이 모였다고 팀이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사람이 모였다고 팀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팀은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사람들이 모였는데 “우리는 안 돼!”하는 팀이 있고, 또 어떤 팀은 별로 우수한 인재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안 되지만, 우리 팀은 할 수 있어!”라며 자신감이 넘친다. 

 

어떤 일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 것, 그 심리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한다. 스스로 자기 능력을 믿는 것이다. 자신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자신감은 일반적인 것이고, 자기효능감은 특정한 일이나 행위에 관한 것이다. 가령, 철이라는 중학생이 있다고 하자. 철이는 자신감 있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유독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힘들어한다. 발표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낮은 아이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아마 철이가 많은 수의 사람 앞에 서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선생님이 그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면 그런 아이는 금방 자기효능감을 회복한다.

 

일에 대한 성과는 결국 자기효능감으로 결정된다. 나머지는 모두 배경 자원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자질이 있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면 시험을 망친다. 실력대로 시험을 못 본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 스포츠 선수도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면 시합에 나가면 진다. 반대로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평소 실력보다 시험을 더 잘 봐오고, 자기효능감이 높은 스포츠 선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학자들이 연구하면서 자기효능감은 개인 수준에서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이나 조직에 대해서도 이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능력에 대해서 믿는 바가 있는 것이다. “우리 팀은 할 수 있어!” “우리 회사는 할 수 있어!”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는 할 수 있어!” 그런 믿음이다. 이를 집단효능감(group efficacy) 또는 집합적 효능감(collective efficacy)이라고 한다.

 

각자 개별적으로 일을 해서 성과를 만드는 경우는 개인의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그걸로 전체 성과도 높아진다. 그런데 서로 협력하면서 팀워크를 발휘하는 경우는 집단효능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학교수들은 자기 전공이 있고 자기 과목이 있고 해서 각자 잘 가르치면 된다. 교수 개개인의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교수들이 서로 지혜를 모아 연구비도 따와야 하고,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융복합 전공을 개발하고 또 시대변화에 맞는 신규 과목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이 다들 자기 잘났다고 하기 때문에 이게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소통 지수와 협력지수가 낮은 교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결국 교수들은 점점 더 흩어지게 된다. “우리는 안 돼!” 이런 의식이 팽배하게 된다.

 

그럼 집단효능감은 어떻게 생기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체험이다. 작은 일이라도 집단이 해내서 ‘우리가 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나누어야 한다. 처음부터 큰 것을 노리면 좌절할 수 있으니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이다. 교수집단의 경우 연구 프로젝트 하나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성이 있는 몇 사람을 규합해서 하나를 성사시키면 반은 해결된 것이다. 사실, 조직은 개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원이 많이 있다. 이 자원을 결합하면 개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엮어주는 역량이다. 리더십이 그 역량의 중심이다.

 

개인의 자기효능감과 집단효능감은 수레의 앞바퀴와 뒷바퀴 같다. 같이 돌아가야 수레가 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집단효능감도 그래서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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