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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인터뷰-황미란 ㈜ENF 대표]
제조업 뿌리산업인 열처리 업계 최후의 승자 꿈꿔
수도권 제일 자동차용 볼트, 너트, 와셔 열처리 전문 업체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4/03/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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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ENF는 자동차용 볼트, 너트, 와셔를 하루 80톤, 월 2000톤 정도씩 열처리하는 수도권 제일의 열처리 전문 업체이다.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사로 1차 협력사인 국내 대형 단조회사들이 ENF의 주 고객들이다. SQ(Supplier Quality) 인증은 물론 이노비즈, 벤처기업, ISO 인증기업으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ENF의 황미란 대표는 “옛날에는 중공업, 건축, 선박 관련 부품들의 열처리도 다양하게 했는데, 기대 품질이 높은 것과 낮은 것을 혼용하다 보니까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작업자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겠다 판단했어요. 전략적으로 요구 품질이 제일 까다로운 자동차용 부품 열처리를 100% 하려고 노력했지요. 덕분에 고객들로부터 ‘ENF에서 나온 제품의 품질은 걱정할 게 없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게 됐어요”라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편의 죽음으로 갑자기 사업을 떠맡다

 

황 대표의 남편이 2001년 1월 열처리 사업을 시작했는데, 2009년 남편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전업 주부 생활을 하고 있던 황 대표가 회사를 떠맡게 됐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15명의 직원이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하던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2023년에는 30명의 직원에 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열처리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로 용감하게 회사를 맡기는 했으나 첫해에는 “아무것도 모를 때니까 기계 밑에 들어가서 맨손으로 물건, 쓰레기들을 치우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몸 쓰면서 제품들이 기계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서 마음이 안정됐어요. 맨 처음에 영업을 나가거나, 사장으로서 어디를 나가거나 이런 걸 잘 못했어요. 자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차라리 현장에서 장갑도 안 끼고 기름 만지고 이러는 게 더 마음이 편했었어요. 한 1년 동안은 정말 청소하고 치우고 막 이러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회사를 맡은 초창기를 떠올리던 그녀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1년 정도 지나면서 이렇게 하면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황 대표는 대외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열처리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하고, 대외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처신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우선 옷을 깨끗하게 잘 갖춰 입어야 되겠다고 생각해 차림새에 신경을 썼다. 포럼도 다니고,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하는 교육들도 참여하고, 거래처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열처리 업계는 철강을 다루는 거친 업종으로 황 대표 외에는 업계에 여자가 없었다. “일만 주면 잘할 수 있었는데 술도 못하지, 누구네 마누라다 이런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니까 처신이 참 힘들었어요. 접대도 힘들었고” 이렇게 말하던 그녀는 옛날 생각에 울컥했다.

 

열처리 회사의 대표이면서 금속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황 대표는 산업기술대학 금속공학과 3학년에 편입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배운 것과 안 배운 것은 용어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지더라고요. 콩나물시루에 물 주는 것처럼 상태도도 배우고, 금속에 대한 특성이나 물리적 물질 형성의 조건, 항력 등 관련 용어들도 배웠다. 2012년도에 들어가서 2014년도 2월에 졸업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전문적인 용어도 통하고 컨셉도 잡혀서 관련 업계 분들과 스스럼없이 전문적인 이야기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황 대표가 회사 업무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해외에서 스프링와셔 불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손실금이 10억원 이상 되는 큰 사건이었다. 문제의 스프링와셔가 장착된 모든 제품들을 다 바꿔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여러 분석 기관을 쫓아다니며 많은 공부를 했다. 다행히 열처리 문제가 아닌 도금 취성 문제로 밝혀져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다시 한번 품질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 화성신문



최고의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

 

이렇게 중요한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로 결심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구축된 것이 열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과 자동제어 시스템이다. 품질에 관해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열처리 업체는 열 관리가 생명이다. 이 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품질에도 영향을 주고, 생산량에도 영향을 준다. 열처리 회사의 근간이다. 이런 열 관리 상태를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도록 열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ENF가 정부 과제로 직접 만든 시스템이다. 핸드폰으로도 볼 수 있고, 집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열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은 ㈜ENF가 업계 최초로 만든 것으로 지금은 대부분의 열처리 회사가 도입하고 있다.

 

2012년에는 자동 제어 시스템을 만들었다. 만약에 로(爐)에 문제가 생기면 앞 공정과 뒷 공정을 모두 자동으로 스톱하도록 제어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추가로 불량품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들을 구축하면서 특허 4건, 실용신안 1건을 확보했다. 2023년에는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도지사상, 중소기업 벤처기업부 장관상, 명문 장수기업상도 받았다.

 

황 대표는 시화에 있던 500평 부지의 공장에서 1200평 마도공단의 현 부지로 이전하던 시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기계를 증설해 가지고 어렵게 확장해 왔는데 물동량이 많이 부족하였고 적절한 공장을 찾아다닌 지 1년 만에 최적의 입지를 찾은 곳이 현재의 공장이다. 열처리 기계의 특성상 공장 부지의 길이가 60m 이상 되어야 한다. 공장 고도도 높아야 되고, 대형 트럭이 왔다 갔다 해야 하므로 진출입로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진출입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 코너에 있는 공장을 찾았다. 1년 이상을 찾아다녔으나 시화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고, 마도공단에 와서 이 공장을 보고는 마음에 쏙 들었다. 이곳이 적격이었다. 진출입로도 좋고, 공단이어서 편하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고객사의 라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맨 처음 옮겨갈 장소에 먼저 기계를 하나 옮겨 놓고, 그 설비를 가동하면서 나머지 기계를 옮겨야 했다. 이렇게 설비별로 고객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면서 옮기는 데 꼬박 4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시화에 있던 공장도 가동하고, 마도공단에 있는 공장도 가동해야 했다. 제일 어렵기도 했는데 공장이 커지고, 깨끗한 곳에서 새로 시작하니까 신나기도 했다.

 

문제는 500평 공장에서 1200평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는데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으로는 너무 기쁘고 감사한데, 돈은 없고, 일도 없고, 힘들기도 한 야릇한 감정이었다. 30억원 이상을 투자해 기계를 들여놓고 양쪽 공장을 돌리면서 4개월에 걸친 장정이 끝났는데 기계를 돌릴 일거리가 없었다.

 

 

 

‘와서 보시오!’로 가동율 100% 달성

 

황 대표는 이제 막 이전한 깨끗한 공장을 무기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했다. 지저분한 환경에 열처리 전후의 제품들을 2단, 3단으로 쌓아놓고 작업하는 일반적인 열처리 공장과 비교했을 때 잘 정리된 레이아웃, 깨끗한 환경, 모든 제품을 2단 이상 쌓아놓지 않고 바닥에 정리해 놓고 작업을 하는 ㈜ENF의 공장은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황 대표는 공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홍보용으로 활용했다. 좀 큰 업체들을 대상으로 담당자들을 열심히 쫓아다녔다. ‘와서 보시오!’가 모토였다. 담당자들과 사장님들을 모시고 와서 점심도 대접하면서 공장을 보여 드렸다. 와서 본 고객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공장을 이전한 뒤 1년이 채 되지 않아 가동율 100%의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마침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하던 때와 맞물려 운도 잘 따라준 셈이다. 황 대표는 당시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팬데믹 시대였다. 현장에서 감염자가 나와 기계를 돌릴 사람이 부족해지면 관리자, 영업사원, 품질부서 할 것 없이 모두 현장에 가서 기계를 돌렸다. 그렇게 해서 고객사의 라인에 문제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황 대표는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첫 사랑 폴’로 시작된 허깅

 

황 대표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밥값 좀 해라’, ‘들쭉날쭉하지 마라’, ‘하기로 한 것은 꼭 해야 된다’ 등이다. ‘월급 받은 만큼 가치를 증명해야 어른이다’, ‘항상 루틴처럼 해야 할 일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하기로 한 것은 제때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은 24시간 일관성 있게 기계설비의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열처리 사업의 속성을 대변하는 말인 듯 느껴진다.

 

황 대표는 언제든 현장에 가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꼭 끌어안아 허깅을 한다. 초창기에는 나이가 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동남아 노동자들로 바꾸면서 나이 어린 친구들이 많이 들어오게 됐다. 8년 전, 맨 처음 온 친구가 폴인데 ‘첫 사랑 폴’이라고 부른다. 너무 어린 친구가 와서 고생하는 걸 보니까 안쓰럽고 예쁜 마음에 안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다음에 오는 어린 친구들도 만나면 쓰다듬어주고 안아주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황 대표의 허깅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통하고, 업계 상위 클라스의 급여로 뒷받침한 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매우 낮다. 이는 품질의 일관성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화성신문

 

 

철이 있는 한 열처리는 반드시 존재한다

 

코로나 이전에 매달 1억 5000만원 정도씩 내던 전기료가 지금은 2억원 이상씩 나가고 있다. 이렇게 전기요금은 30% 이상 올랐는데 열처리 단가는 올라가지 않아 이익은 자꾸만 줄어들고 일할 사람은 구하기 힘들고..... 이런 열처리 사업에 무슨 비전이 있을까? 가끔씩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이 업종이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

 

황 대표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던 아들 최상 씨에게 “이 회사는 네 아빠가 만들어 놓은 것이니 당연히 네가 이어서 해야 한다”라며 가업을 잇도록 권유했고 아들도 수긍해서 회사에 합류했다. 아들은 회사에 합류한 후 전문적 지식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과거 황 대표가 산업기술대학을 다니고 도움이 됐던 것을 물려주는 것이었다. 이 아들을 보며 ‘이게 정말로 잘한 일인가’라는 고민이 상당히 많다. “열처리 업종이 100% 임가공이다 보니 인건비 따먹기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은 그런 단계는 이미 지나갔거든요.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은 말이 안돼요. 인건비는 이미 하늘 높이 치솟았거든요. 이제 승부를 뭘로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아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황 대표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신념은 있다. “철이 있는 한 열처리는 없을 수 없다. 이 열처리는 정말 중요한 업종이고, 열처리 기업들이 대부분 없어진다고 해도 그중에 살아남는 업체는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업체만이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결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사고해라.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라. 그러면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는 업체가 반드시 있고 그 업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을 것이다”라고 아들에게 말한다. 황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이다.

 

황 대표는 개인적으로 10여년 전부터 월드비전에 기부를 해왔고, 회사 차원에서는 5년 전부터 기부를 이어왔다. 틈틈이 아름다운 재단에도 기부하고 다니는 교회를 통해서도 기부를 해왔다. 직접 활동할 시간이 없어 기부로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황 대표는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시작한 활동은 꾸준하게 하는 편이다. 시화에서 사업을 할 때 경기과기대 G-amp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는데, 현재 11기 회장직을 맡고 있다. 화성시여성기업인협의회에는 2017년도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현재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화성시여성기업인협의회는 업종을 제조로 제한함으로써 추구하는 방향과 하고 싶은 것들에 일관성이 생기고 이견이 적어서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인건비 상승, 전기요금 인상, 구인난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뿌리산업인 열처리 사업에서 품질을 앞세워 최후의 승자로 남으려는 ㈜ENF 황미란 대표의 최후의 승전보를 기대해 본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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