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가 넘어서 시작한 봉사활동에 푹 빠져 전업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부덕(69세) 양감면 주민자치회 사회복지분과장 겸 화성시자원봉사 양감면지원단장을 찾았다. 따뜻한 얼굴로 기자를 맞이하는 그녀에게서는 환한 열정이 느껴졌다.
“인구 4000명 정도 되는 양감면에는 어르신들이 1000여명 됩니다. 이분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해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자식들로부터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친정 아버지 같고, 언니, 동생 같고 모두 가족 같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난 후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아내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지요. 이런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을 벗어난 어르신들로부터 고맙다는 문자 메세지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라며 봉사활동이 곧 행복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오로지 일터와 교회와 집을 오가는 단순한 삶을 살았었다. 60이 넘어서면서 “20년 동안 장사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걸 해 보시라”는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일에서 해방됐다. 평소 교회에 다니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늘 일에 쫓겨 실제로 해 본 경험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기회가 찾아와 그녀를 봉사활동의 길로 이끌었다.
그녀는 2016년 당시 양감면장의 강권으로 회원 부족이라는 존폐위기에 놓여 있던 양감면적십자 회장을 맡게 됐다. 봉사활동이라고는 1시간도 한 적이 없었지만 일단 한 번 맡으면 끝을 보고야 마는 김부덕 씨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고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는 모든 모임에 30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하는 등 무슨 일이든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했다. 이런 열정으로 회원들이 1년 만에 25명으로 늘어나 가장 활동적인 조직으로 변모했다. 이때부터 시작한 누적 봉사시간이 7500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2시간 50분 정도씩 봉사해야 가능한 시간이다. 봉사자들 속에서는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열심히 봉사에 매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양감면적십자 회장을 시작할 때 당시 사용하던 에쿠스를 몰고 여기저기 계신 어르신들에게 물품을 전달하러 찾아다녔다. 그러나 당시 양감면은 비포장 도로가 많아 고급 승용차로 다니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이 비포장 도로를 마음 편하게 다니라고 지프차를 선물했다. 오로지 봉사활동에만 사용하는 7년 된 이 지프차의 주행거리가 10만km 가까이 됐다.
이렇게 없어질 뻔했던 양감면적십자가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자 1년 후에는 대한적십자봉사회 화성시지구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게 됐다. 부회장직을 4년 동안 수행하고 2021년도 2월에는 대한적십자봉사회 화성시지구협의회장을 맡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봉사에 대한 열정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구협의회장까지 된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거나, 코로나 백신 맞는 것을 지원하거나, 겨울에 연탄이 없는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거나, 무너져가는 집을 수리하거나, 쓰레기에 파묻힌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 어르신들의 삶을 돌보면서 눈에 띄는 어려움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위의 지자체, 각종 단체, 지인 등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해결해 나갔다. 이렇게 봉사활동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살맛나는 것이었다. 자녀들에게도 “봉사는 남이 보는 것보다, 내가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나는 60이 되어서야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너희들은 50세가 되면 봉사활동을 시작해라”라고 당부한다.
양감면주민자치회 사회복지분과장으로서도 대단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나바다’ 활동을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양감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선물을 드렸다.
또한 어르신들이 세탁기에 빨래하고 바깥에 널었다가 비가 오면 제때 걷기가 어려워 빨래를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으로 화성시에 세탁기와 빨래방 설치를 제안했다. 세탁기와 빨래방 설치로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빨래를 모아서 세탁하고 말려서 다시 갖다드리자는 것이다. 시에서 2300만원을 지원받아 설치했고 3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감에 400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마음 명랑운동회’를 개최하자는 주민참여예산 제안도 내서 채택됐다. 김 사회복지분과장은 이 행사는 오롯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행사 참여, 행사 진행도 외국인 근로자 위주로 하고, 식사도 외국인 입맛에 맞춘 푸드 트럭을 이용할 생각이다. 온전히 그들이 주인공인 하루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차츰 서로의 마음을 열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보자는 취지이다.
그녀가 이렇게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손주들이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본받아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런 마음으로 손주들의 이름으로 매월 열린 사회를 위해 애쓰는 단체들에 일정액을 기부해 오고 있다. 금년 12월이면 만 70세가 되는 나이에도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는 그녀에게서는 젊음의 향기가 느껴진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